EU ‘시장과 전면전’ 선언…승부는?

EU ‘시장과 전면전’ 선언…승부는?

입력 2010-05-08 00:00
수정 2010-05-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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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조직화한 세력이 유로화에 공격을 퍼붓고 있다.”

 7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그리스에 이어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로 번지는 유럽 재정위기 ‘들불’의 성격을 규정한 발언이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융커 총리는 “지금 우리는 유로화를 겨냥해 전 세계적으로 조직화한 공격에 직면해 있다.따라서 유로존이 단합해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재정위기 당사국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유로존은 현재 비상상황에 처해 있다.”라고 진단할 정도로 유럽 지도자들이 느끼는 사태의 심각성은 간단치 않다.

 지난 2일 그리스와 나머지 15개 유로존 회원국,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의 강력한 경제구조 개혁을 조건으로 향후 3년간 1천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제공한다는 데 합의했을 때만 해도 ‘화재’가 진압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오히려 금융시장은 그리스를 뛰어넘어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의 재정부실 국가로 포신을 돌렸고 유로존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로 비화하는 양상을 띠자 유로존,나아가 유럽연합(EU)이 시장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애초 7일 유로존 정상회의는 2일 타결된 그리스-유로존-IMF 구제금융안을 최종 승인하기 위해 소집됐으나 며칠 사이에 상황이 악화하면서 유로화 사수 방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 버렸다.

 실제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3쪽 분량의 공동성명에서도 그리스 구제금융안 최종 승인은 1쪽에 지나지 않았고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 부분이 2쪽이었다.

 유로존 정상들은 7일 회의에서 유로존 회원국은 물론 EU 이사회,집행위원회,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의 안정을 담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full range of means)’을 사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헤르만 판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하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수단을 쓰기로 합의했다.”라는 대목을 서너 차례나 강조함으로써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집행위원장 역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여러 개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을 사용할 것”이라고 거들어 투기세력의 유로화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EU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EU는 9일 소집된 긴급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회원국 구제기금 조성 등 항구적인 재정안정 메커니즘 구축 △신용평가회사 등 금융시장 참여자에 대한 규제 강화 △회원국 재정건전성 감독 강화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로화는 EU의 핵심적 요소로서 투기세력에 내맡길 수 없다.우리는 앞선 세대가 이루어 놓은 것(단일통화)을 다른 자들이 망쳐놓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도 “우리는 일요일(9일) 밤까지 유로화를 지키고자 확실한 방어막을 칠 것”이라고 거들었다.

 월요일인 10일 금융시장이 개장하기 전까지 외부,즉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세력에 대해서는 규제 강화라는 ‘채찍’을 들이댈 것으로 전망되는데 신용평가회사와 헤지펀드가 주요 목표일 거라는 관측이 나돈다.

 이미 많은 유럽 지도자들이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공범인 신용평가회사가 이번 재정위기를 악화시킨 주범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어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는 당연한 과정으로 보인다.

 EU는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위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강화할 방침인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창한 바처럼 회원국의 재정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실효적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판롬파위 상임의장은 “현 위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감’과 ‘결속’”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외부의 ‘적’을 향해서는 결속으로 맞서고,내부적으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데 모든 회원국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금융시장과 전면전을 선언한 EU의 승부수는 9일 긴급 재무장관회의에서 어떠한 결과물이 도출될 것인지,금융시장이 10일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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