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30년 동지’…신한 빅3의 애증

등돌린 ‘30년 동지’…신한 빅3의 애증

입력 2010-09-15 00:00
수정 2010-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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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14일 신상훈 사장을 직무정지하기로 의결하면서 라응찬 회장과 신 사장,이백순 신한은행장 간 오랜 인연이 결국 파국으로 끝을 맺게 됐다.

 이들 신한금융 3인방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신한금융을 국내 최고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킨 주역들이지만 신 사장의 배임 및 횡령 의혹이 제기된 이후 고소와 고발이 이어지면서 아름답지 못한 결말을 맞게 됐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라 회장은 1959년 농업은행(현 농협)에 들어가 은행원 배지를 단 뒤 대구은행과 제일투자금융을 거쳐 1982년 신한은행 상무를 맡으면서 이희건 명예회장과 함께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했다.

 1967년 산업은행에 입행한 신 사장과 1971년 제일은행에 입행한 이 행장도 1982년 신한은행에 합류해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됐다.

 라 회장은 1988년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1991년 행장으로 선임됐으며 1999년까지 행장을 3연임하면서 이 명예회장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2001년 신한금융지주 출범 때는 회장 겸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명실상부한 1인자로 올라섰다.

 신 사장은 라 회장이 행장에서 물러난 1999년에 상무로 승진한 뒤 2001년 지주사 상무로 발령나면서 라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했다.그는 2003년 이른바 ‘4룡’으로 불리던 행장 후보들을 제치고 라 회장에 의해 행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신 사장은 2006년 옛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원활하게 마무리하면서 통합 은행장으로서 연임에 성공했고 작년 3월 이인호 전 사장을 제치고 지주사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2인자에 올랐다.

 이 행장은 1980년대 중반 일본 오사카지점에 근무하면서 1989년 지점장으로 발령난 신 사장과 함께 근무했으며 1997년에는 비서실장으로서 당시 행장이던 라 회장을 수행했다.

 이 행장은 2004년 지주사 상무로 승진해 라 회장과 당시 행장이던 신 사장과 함께 최영휘 전 사장 해임 등 위기 때마다 함께 힘을 합쳤으며 2006년 신한은행 부행장,2007년 신한금융 부사장을 거쳐 작년 3월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오사카지점장 출신인 신 사장이 오사카 내 재일교포 주주들과 친분이 있는 반면 도쿄지점장 출신인 이 행장은 도쿄 내 주주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라 회장과 관련된 실명제법 위반 논란의 발원지가 신 사장 측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라 회장과 신 사장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신 사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를 포착한 이 행장이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이별’을 선언하게 됐다.

 최근 이 행장이 신 사장의 자진 사퇴를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신 사장은 거부했다.오히려 신 사장을 지지하는 일부 재일교포 주주들이 법원에 이 행장을 상대로 해임 청구 소송과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3인방의 사이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 사장이 라 회장을 궁지로 몬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행장이 신 사장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에서 신 사장 직무정지안이 통과됐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적극적인 수습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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