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의 경제 회복을 유도하기 위한 주요국 간 ‘환율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6년6개월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미국은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키로 하면서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의 이런 움직임으로 당분간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엔화와 위안화,원화 등 다른 통화는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환율전쟁 어디까지 가나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환율전쟁은 일본 정부가 지난 15일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본격화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당시 “디플레이션이 진행된 상황에서 최근의 외환 동향은 경제.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간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엔·달러 환율은 83.34엔까지 내려가(엔화가치 상승) 1995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이는 같은 해 4월18일 기록한 역사적 저점(종가 기준.엔화가치 최고점)인 80.63엔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하고 나섰다.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1월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환율시스템 개혁을 위한 지지세력을 규합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의 갈등은 21~23일(현지시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격화됐다.
미 의회는 위안화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중국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 위해 발의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에 대한 표결을 오는 24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위안화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며 위안화 수준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 총리는 재계 인사들과 회동에서 “미국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은 중국의 환율이 아니라 (미국의) 투자 및 저축의 구조”라며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중국이 의도적으로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한 연설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위안화 가치를 20~40% 올리면 얼마나 많은 중국 수출기업들이 도산할지 알 수 없다며 위안화를 급격히 절상할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원은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지금보다 더 큰 폭의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려 할 것”이며 “일본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의 ‘시장 개입 자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아시아통화 강세 유지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전쟁에서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엔화와 위안화,원화 등 아시아 통화들의 강세 속도는 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우려가 줄어든데다 미국이 자국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1일(현지시간)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현재의 연 0~0.25% 수준에서 동결하고 미국의 경기 회복세와 고용이 둔화되고 있다며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동원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이에 따라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고 전 세계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중국이 달러화 약세를 우려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엔화 자산을 매입하고 있는 터라,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만으로는 엔화 강세를 꺾기도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동양종금증권 이철희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엔화와 위안화,원화 강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중국이 엔화를 사들이고 있어 엔·달러 환율은 85엔 수준에서 보합을 유지하고 원·달러 환율은 1개월 내에 1,15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대응에도 아시아통화들이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데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면서 세계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후퇴할 가능성이 커 연말에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산은경제연구소는 일본도 장기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추가 양적 완화정책을 펼 수 있고 이 경우 엔화 강세는 연말 이후 한풀 꺾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통화 동반 절상···한국 득실은
미국은 달러화 약세 기조 속에 주택시장 부양 등을 통한 내수시장 회복과 함께 수출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증권 최성락 투자전략가는 “해외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되지 않는다면 달러화 약세는 현재 미국 경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부합하고 모든 자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각국의 환율 움직임은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원화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엔화 등 다른 통화의 절상폭이 더 커 세계시장에서 국내 산업의 수출 경쟁력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엔화 강세는 국내 경제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겠지만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업은 해외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높은 수출경합관계를 보이고 있어,엔화 강세로 일본제품의 수출가격이 오르면 국내 제품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제품이 일본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면 해외시장에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일본산 중간재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산업의 생산비용 증가폭은 미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상반기(평균 91.3엔) 기준으로 엔·달러 환율이 올 하반기에 평균 2.5% 하락(절상)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0.14%포인트 오르고 경상수지는 4억9천만달러 개선될 것으로 추정했다.엔·달러 환율 하락폭이 5%라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0.28%포인트 상승하고 경상수지 개선폭은 9억8천만달러에 이른다.
이 연구소의 박용하 경제조사팀장은 “해외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수출 경합관계에 있는 자동차와 가전,기계,철강 등의 국내 산업들은 이번 엔고 현상으로 수출 개선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6년6개월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미국은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키로 하면서 중국에 위안화 절상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의 이런 움직임으로 당분간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엔화와 위안화,원화 등 다른 통화는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환율전쟁 어디까지 가나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환율전쟁은 일본 정부가 지난 15일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본격화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당시 “디플레이션이 진행된 상황에서 최근의 외환 동향은 경제.금융 안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간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엔·달러 환율은 83.34엔까지 내려가(엔화가치 상승) 1995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이는 같은 해 4월18일 기록한 역사적 저점(종가 기준.엔화가치 최고점)인 80.63엔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하고 나섰다.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1월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환율시스템 개혁을 위한 지지세력을 규합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의 갈등은 21~23일(현지시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격화됐다.
미 의회는 위안화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중국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 위해 발의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에 대한 표결을 오는 24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위안화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며 위안화 수준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 총리는 재계 인사들과 회동에서 “미국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은 중국의 환율이 아니라 (미국의) 투자 및 저축의 구조”라며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중국이 의도적으로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한 연설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위안화 가치를 20~40% 올리면 얼마나 많은 중국 수출기업들이 도산할지 알 수 없다며 위안화를 급격히 절상할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원은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지금보다 더 큰 폭의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려 할 것”이며 “일본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의 ‘시장 개입 자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아시아통화 강세 유지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전쟁에서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엔화와 위안화,원화 등 아시아 통화들의 강세 속도는 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우려가 줄어든데다 미국이 자국의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1일(현지시간)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현재의 연 0~0.25% 수준에서 동결하고 미국의 경기 회복세와 고용이 둔화되고 있다며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동원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이에 따라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고 전 세계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중국이 달러화 약세를 우려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엔화 자산을 매입하고 있는 터라,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만으로는 엔화 강세를 꺾기도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동양종금증권 이철희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엔화와 위안화,원화 강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중국이 엔화를 사들이고 있어 엔·달러 환율은 85엔 수준에서 보합을 유지하고 원·달러 환율은 1개월 내에 1,15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대응에도 아시아통화들이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데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경제지표들이 개선되면서 세계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후퇴할 가능성이 커 연말에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산은경제연구소는 일본도 장기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추가 양적 완화정책을 펼 수 있고 이 경우 엔화 강세는 연말 이후 한풀 꺾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통화 동반 절상···한국 득실은
미국은 달러화 약세 기조 속에 주택시장 부양 등을 통한 내수시장 회복과 함께 수출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증권 최성락 투자전략가는 “해외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되지 않는다면 달러화 약세는 현재 미국 경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부합하고 모든 자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각국의 환율 움직임은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원화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엔화 등 다른 통화의 절상폭이 더 커 세계시장에서 국내 산업의 수출 경쟁력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엔화 강세는 국내 경제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겠지만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업은 해외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높은 수출경합관계를 보이고 있어,엔화 강세로 일본제품의 수출가격이 오르면 국내 제품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제품이 일본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면 해외시장에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일본산 중간재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국내 산업의 생산비용 증가폭은 미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상반기(평균 91.3엔) 기준으로 엔·달러 환율이 올 하반기에 평균 2.5% 하락(절상)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0.14%포인트 오르고 경상수지는 4억9천만달러 개선될 것으로 추정했다.엔·달러 환율 하락폭이 5%라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0.28%포인트 상승하고 경상수지 개선폭은 9억8천만달러에 이른다.
이 연구소의 박용하 경제조사팀장은 “해외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수출 경합관계에 있는 자동차와 가전,기계,철강 등의 국내 산업들은 이번 엔고 현상으로 수출 개선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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