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도사 김알뜰씨의 조언
직장인 김알뜰(32·서울 서대문구)씨는 며칠 전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하러 우리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공동구매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최근 환매한 펀드 중 일부 여윳돈을 어디에 넣을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공동구매’를 하면 더 싸게 살 수 있잖아요.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0.1%포인트가 어디인가요.”라는 게 김씨가 밝힌 이유다. 은행권에서 모집금액이 높을수록 높은 금리를 주는 공동구매 예·적금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가입이라는 편리함에 일반 정기예금 상품보다 높은 예금금리가 재테크에 민감한 30~4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눈길을 잡았다.우리은행 관계자는 “공동구매 정기예금은 일반 정기예금보다 훨씬 많은 70억~80억원이 하루에 들어오는데 추석 연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조했다.”고 덧붙였다. 이 상품은 200억원 이상 유치될 경우 2년 만기로 가입했을 때 연 3.9%(세전)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1년 만기도 연 3.75%다.
우리은행 1년제 정기예금 금리가 이날 현재 3.55%임을 감안하면 0.2~0.3%포인트의 금리를 얹어 받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올 들어 4차례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판매해 모두 2964억원을 유치했다.
관계자는 “판매가 끝나면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치는 몇 안 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에서도 공동구매 정기예·적금 판매가 활발하다. 하나은행에는 ‘e-플러스 공동구매정기예금’, SC제일은행에는 ‘e-그린세이브예금’이 있다. 하나은행은 4월부터 3차례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판매해 총 13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적용이율은 연 3.3~3.7%로, 현재 3.6%인 1년 만기 정기예금보다 높다.
올 들어 두 차례 판매한 SC제일은행 상품은 150억원가량이 팔렸다. 외환은행에서는 외화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달러화·엔화 등 13개 통화로 가입할 수 있는 이 상품은 올 1월부터 3차례 출시됐다. 모집금액에 따라 0.1~0.2%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한 이 상품은 802만달러(한화 약 93억원)어치가 팔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은 원화예금에 비해 금리가 낮은 데다 유학생 부모 등 타깃이 분명해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에도 공동구매 상품이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은 각각 ‘다함께정기적금’과 ‘토마토플러스 정기적금’ 상품을 판매한다. 5명이 공동으로 적금을 들면 각각 0.3%포인트와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이달 초 출시된 ‘다함께정기적금’은 700좌(72억원), 2006년 출시된 ‘토마토플러스 정기적금’은 2만 7000좌(980억원)를 유치했다.
공동구매 상품은 은행 입장에서 ‘남는 장사’는 아니다. 창구에서 판매하는 상품보다 마진은 적다. 그러나 은행들은 창구 업무를 줄이고 인터넷뱅킹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등 전자금융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데다 ‘박리다매’ 효과도 있어서 은행 전체 수신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공동구매 예·적금 상품 출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외환은행은 다음달 말 제4차 외화 공동구매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는다. 다만 공동구매 정기예금은 수신액이 일정 이상 돼야 약정된 금리를 주므로 가입 조건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0-09-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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