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와 현대건설 등 대형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정부와 채권단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다른 기관의 M&A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영 은행이나 채권단 관리 기업의 조기 민영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관치금융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매각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당국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치권의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끝나지 않은 변양호 신드롬
금융업계는 정부 당국자들의 보신주의 때문에 우리금융 매각이 무산될 것을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무죄가 확정된 이후로도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으로 불리는 관료들의 보신주의에 따른 정책책임 회피 성향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우리금융 매각 무산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금융업계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매각 방식을 시장에 맡긴 채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 등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웠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매각이 사실상 무산된 점 역시 보신주의와 무관치 않다.
지난 6월 현대건설 채권단은 4년간 표류하던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재개했지만,장기 표류의 원인이던 구사주의 참여 제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현대건설 부실화에 책임이 있는 ‘범(汎) 현대가’가 공격적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도록 허용했고 결국 법정 공방도 불사하는 가족 간 난타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M&A 무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감독당국의 책임 회피 성향 때문”이라며 “은행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지에 대한 구상이 없이 너무 싸게 팔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회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매각을 진행하다 보니 적합한 인수자를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무산으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도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우리금융과 현대건설 모두 정부의 지분을 팔다 보니 정치적인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며 “기업은행 민영화는 이미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예측됐으며,산업은행도 장기간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지 못한데다 매각 요건도 까다로울 수 있어 시장 내 매각 지연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당국,정치적 부담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매각이익 극대화를 위해 대규모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하려다 보면 인수 주체가 많지 않아 매각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지분이나 계열사 분할 매각 등 매각 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가 매각할 우리금융 지분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주체가 많지 않다”며 “이제는 분할 매각 등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초대형 기업이나 은행의 매각을 사실상 주도해야 하는 만큼 정치적인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법원의 판결 이후로도 변양호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당국 관료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각 이익 극대화라는 매각 조건을 공개적으로 제거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국자가 M&A 이후 헐값매각 책임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한 대형 M&A가 신속하게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국민은행이나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주저하다 결국 매각이 무산됐던 것처럼 관료들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도장도 선뜻 찍으려 하지 않을 수 있다.
당국이 국책금융기관 등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등 관치금융 관행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도 신속한 민영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김 교수는 “관료들이 헐값매각 부담을 스스로 풀지 못하는 만큼 정치권과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제거해 줌으로써 민영화 절차에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매각 수익 극대화에만 두지 않고 종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관치 금융의 단맛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10년 후에도 국책은행도,민영은행도 아닌 형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다른 기관의 M&A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영 은행이나 채권단 관리 기업의 조기 민영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관치금융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매각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당국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치권의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끝나지 않은 변양호 신드롬
금융업계는 정부 당국자들의 보신주의 때문에 우리금융 매각이 무산될 것을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무죄가 확정된 이후로도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으로 불리는 관료들의 보신주의에 따른 정책책임 회피 성향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우리금융 매각 무산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금융업계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매각 방식을 시장에 맡긴 채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 등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웠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매각이 사실상 무산된 점 역시 보신주의와 무관치 않다.
지난 6월 현대건설 채권단은 4년간 표류하던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재개했지만,장기 표류의 원인이던 구사주의 참여 제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현대건설 부실화에 책임이 있는 ‘범(汎) 현대가’가 공격적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도록 허용했고 결국 법정 공방도 불사하는 가족 간 난타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M&A 무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감독당국의 책임 회피 성향 때문”이라며 “은행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지에 대한 구상이 없이 너무 싸게 팔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회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매각을 진행하다 보니 적합한 인수자를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무산으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도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우리금융과 현대건설 모두 정부의 지분을 팔다 보니 정치적인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며 “기업은행 민영화는 이미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예측됐으며,산업은행도 장기간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지 못한데다 매각 요건도 까다로울 수 있어 시장 내 매각 지연에 대한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당국,정치적 부담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매각이익 극대화를 위해 대규모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하려다 보면 인수 주체가 많지 않아 매각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지분이나 계열사 분할 매각 등 매각 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가 매각할 우리금융 지분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주체가 많지 않다”며 “이제는 분할 매각 등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초대형 기업이나 은행의 매각을 사실상 주도해야 하는 만큼 정치적인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법원의 판결 이후로도 변양호 신드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당국 관료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각 이익 극대화라는 매각 조건을 공개적으로 제거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국자가 M&A 이후 헐값매각 책임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한 대형 M&A가 신속하게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국민은행이나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주저하다 결국 매각이 무산됐던 것처럼 관료들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도장도 선뜻 찍으려 하지 않을 수 있다.
당국이 국책금융기관 등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등 관치금융 관행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도 신속한 민영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김 교수는 “관료들이 헐값매각 부담을 스스로 풀지 못하는 만큼 정치권과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제거해 줌으로써 민영화 절차에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매각 수익 극대화에만 두지 않고 종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관치 금융의 단맛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10년 후에도 국책은행도,민영은행도 아닌 형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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