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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존재감만으로도 시장 질서·기강 서도록”

“금융위 존재감만으로도 시장 질서·기강 서도록”

입력 2011-01-04 00:00
업데이트 2011-01-0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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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반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취임 일성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3일 기자실 신임 인사를 “예전에는 기자실에 소파가 있었는데 언제 치웠어.”라는 말로 시작했다. 시장에 분명하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는 의미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그는 이미 모든 답변을 준비했다는 듯이 분명한 어조로 답했다.

현대건설 문제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책임감을 강조했고,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는 시기보다는 방법론이라고 못박았다. 횟수로 9년을 끌어온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도 도망가면서 처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돌아온 대책반장’인 김 위원장은 시장으로부터 ‘군기반장’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코스피지수는 3년 만에 2070선을 넘었다. 시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첫 날 성적으로는 합격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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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신임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위원회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힘든 자리를 가리켜 ‘사돈집 안방 같다’고 하는데 금융위원장의 자리가 꼭 그렇다.”면서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풍림화산(風林火山·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진중하게)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연합뉴스
김석동 신임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동 금융위원회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힘든 자리를 가리켜 ‘사돈집 안방 같다’고 하는데 금융위원장의 자리가 꼭 그렇다.”면서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풍림화산(風林火山·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진중하게)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연합뉴스
●“현대건설 채권단 신뢰 보여라”

공식업무 첫날 김 신임 위원장은 곳곳에서 일관되게 관(官)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오전 취임사에서 “금융위원회의 존재감만으로도 질서와 기강이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거래소의 증권·파생시장 개장식에서는 “시장안정을 훼손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기자들과의 신임 인사 자리에서는 “(시장에) 자율을 부여할 부분은 확실하게 부여하고 개입할 부분은 단호하게 개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가계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문제가 이미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취임사에서 물웅덩이 속의 붕어 한 마리에겐 강물이 아니라 물 한 바가지가 더 중요하다는 장자(莊子)의 고사를 소개했다. 현안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못지않게 긴급대책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소송전으로 비화된 현대건설 문제에 대해 “채권단은 스스로 채권을 확보하는 것과 M&A 이후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채권단은 신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문제에 대해서는 “방법론이 정해지면 (매각) 시기는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산업은행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민영화의 실질적 효과를 잘 고양할 수 있을지 등을 두고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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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적격성 심사 납득할만 하게”

김 위원장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는 도망가면서 처리하진 않을 것이며 납득할 만한 방향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아직 2003년 9월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상태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명되면 은행법상 4% 초과 지분의 의결권은 즉시 제한되고 6개월 내에 매각해야 한다.

●일각선 ‘관치부활’ 우려 목소리도

한편 이날 금융시장은 ‘관치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느슨해진 시스템을 단속한다는 면에서 신임 위원장의 카리스마가 필요하지만 깊은 개입은 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군기반장보다는 합리적인 조정자가 되길 바란다.”고 우려했다.

관치 논란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이) 오히려 편해지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는) 신뢰를 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11-01-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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