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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과 KTB운용 의문투성이 동행

부산저축은행과 KTB운용 의문투성이 동행

입력 2011-06-16 00:00
업데이트 2011-06-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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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사업의 핵심 투자자…퇴출 위기 땐 자금줄 ‘학맥의 덫’에 걸려 투자자 보호는 뒷전

부산저축은행의 비리가 들춰질 때마다 의혹의 중심에 KTB자산운용이 등장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을 부른 각종 사업에 핵심 투자자로 이름이 올랐고, 퇴출 위기 때는 해결사로 나서 대규모 자금을 동원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투자자들이 선의의 손해를 보지 않도록 위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자산운용사로서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와 금융감독원이 KTB자산운용의 수상한 거래를 샅샅이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장막에 가려졌던 의혹의 실체가 조만간 드러날지 주목된다.

◇ 부산저축은행 자금줄 역할 = 검찰 조사와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의혹의 핵심은 부산저축은행과 KTB자산운용이 마치 한 회사처럼 움직였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해 6월 말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KTB운용이 1천억원을 지원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삼성꿈나무장학재단과 학교법인 포스텍에서 각각 500억원을 투자받아 서서히 침몰하던 부산저축은행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불과 8개월 후에 부산저축은행이 퇴출당하자 당시 유상증자로 받은 주식은 모두 쓰레기로 변했다.

KTB자산운용은 “당시 투자조건이 좋았다. 우리도 부산저축은행의 분식에 당한 것이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저축은행과 거래한 다른 사례를 보면 이런 주장은 무색해진다.

부산저축은행의 퇴출 가능성이 언급되던 지난해 9월 아시아신탁이 3개월 전 유상증자로 받은 주식 중 26억어치를 자회사인 글로벌리스앤캐피탈을 통해 되사줬다. 아시아신탁은 김종창 전 금감원장이 설립에 관여한 회사다.

글로벌리스앤캐피탈은 KTB운용의 자회사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오토리스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회사다.

2009년 금호오토리스 확보 과정도 석연찮다. 부산저축은행이 금호오토리스를 인수할 때 해결사 역할을 했다.

저축은행은 비상장회사 주식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이런 법망을 피하고자 KTB운용은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금호오토리스 지분 70%를 인수해 줬다. 부산저축은행과 계열사인 대전저축은행은 9.9%씩만 보유했다.

부산저축은행이 당시 경영권 분쟁을 겪던 호남 출신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총수 일가에 자금을 지원하려고 금호오토리스를 떠안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상당 규모의 자금을 댄 캄보디아 프놈펜 신도시개발사업(캄코시티)에도 KTB운용의 800억원이 투자된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당국은 KTB운용의 의혹투성이 투자의 실체를 밝히려고 지난주부터 정밀감사를 벌이고 있다.

◇ ‘학맥의 덫’에 걸려 고전 = KTB운용이 부산저축은행의 각종 의혹에 연루된 것은 KTB금융그룹의 태생적 한계와 학맥 중심의 투자 때문이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KTB운용은 1999년 9월 설립됐다. 최초 자본금은 70억원이었지만 몇 번의 증자를 거쳐 현재는 166억원이다.

KTB투자증권이 지분 90.1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장인환 대표의 지분은 3.67%다.

대주주인 KTB투자증권의 모태는 1981년 설립된 한국기술개발이다. 1990년 이후 KTB네트워크로 잘 알려진 회사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사실상 최초의 창업투자사다.

KTB네트워크는 많은 위험 부담을 떠안는 공격적인 투자를 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1999년 당시 국내 최고의 스타 펀드매니저이던 장인환씨를 대표로 영입해 설립한 KTB운용은 초기에 공모펀드에 주력했다.

설립 6년 만에 수탁자산이 3조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에는 4조원을 넘어섰다. 현재는 6조3천억원에 달한다. 급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16일 “장인환, 안영회라는 걸출한 스타 매니저가 있었기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B운용은 2004년 국내에 사모투자펀드(PEF)가 도입되자 이 분야에 집중했다.

기관과 개인들을 상대로 한 사모펀드가 대부분으로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했다. 운용사 가운데 PEF 투자가 가장 활발했다. PEF를 통해서도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장 대표의 고교 동문이 대주주인 부산저축은행과 엮인 투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재앙을 맞았다.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사모펀드는 모두 KTB운용이 설립한 것이다.

사모펀드는 속성상 학맥 등이 중요한 투자 창구가 된다는 점에서 장 대표도 예외가 아니었다. 광주일고 동문에서 투자의 고리를 찾은 게 화근이 됐다.

장 대표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주일고 동문과 투자와 상관없다고 해명했으나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인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부산2저축은행장,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 문평기(63.구속기소) 전 부산2저축은행 감사 등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인물이 모두 광주일고 출신이다.

장인환 대표는 최근 지인들에게 “크게 문제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과 얽힌 의혹투성이 거래의 진실을 알려고 장 대표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에 실패했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세간의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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