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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사, 로봇수술 배우러 한국 왔다

미국 의사, 로봇수술 배우러 한국 왔다

입력 2011-06-28 00:00
업데이트 2011-06-2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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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봇수술 펠로십 1호 프레스비테리안병원 우양희씨”위암이나 갑상선암 걸리면 한국에서 수술받을 것”

“로봇수술의 이점이 장비의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버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로봇수술 자체를 더욱 저렴하게 만들거나, 보험 제도를 손봐서 더 많은 사람들(부자가 아닌 사람이라도)이 진보된 로봇 수술 기술의 장점을 누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로봇수술의 비용 대비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미국 유명 대학병원의 의사가 한국의 대학병원에서 로봇수술 연수과정(박사후 펠로십·Postdoctoral training)을 밟아 화제다. 지금까지 외국인 의사가 짧은 기간 로봇수술을 배우러 온 경우는 많았지만, 미국 국적의 의사가 정식으로 1년간 박사후 연수과정을 밟으러 한국에 오기는 처음이다.

주인공은 오는 7월1일부터 뉴욕 컬럼비아대학 프레스비테리안병원(NYPH;Newyork-Presbyterian Hospital)에서 외과의사로 일하게 될 양희 우(38·YANGHEE WOO·한국명 우양희)씨. 우씨는 7살이던 1980년 부모님과 이민을 떠난 이후 미국 뉴저지에서 줄곧 살아온 전형적인 ‘한국인-미국인’이다.

그는 미국 드렉셀 의과대학에서 의사(MD) 학위를 받은 뒤 메모리얼 슬론-캐터링 암센터와 프레스비테리안병원 등에서 일해왔다.

우씨를 지도한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형우진 센터장은 “미국 국적의 의사가 한국에 연수과정을 신청해와 깜짝 놀랐다”면서 “로봇수술 종주국인 미국에서 봤을 때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우씨를 만나 로봇수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로봇수술의 종주국은 미국 아닌가.

▲그렇다. 로봇수술은 1997년 미국에서 제우스 시스템으로 시작됐다. 요즘 로봇수술의 대표격인 다빈치는 2003년부터 주로 사용됐다. 다빈치 로봇으로 처음 수술을 한 건 1998년 독일이었고, 미국은 1999년 심장 우회술에 다빈치를 처음으로 이용했다. 2000년에는 일리노이 대학에서 일반적인 외과수술을 다빈치로 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이 로봇수술의 적응증이 서로 다른가.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로봇수술이 비뇨기과와 부인과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외과시술, 특히 암환자에게 많이 시행되고 있는 게 다른 점이다.

--연수국가로 왜 한국을 택했나.

▲미국에서 수술적 위암 치료의 권위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세브란스병원에서 라이브 수술을 하는 형우진 교수를 보고 매우 인상 깊게 느꼈다. 이후에 알게 됐지만 그는 최소침습시술 방식인 내시경과 로봇수술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형 교수팀과 같은 펠로십 과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형 교수는 세계에서 로봇과 내시경을 이용한 위암절제 수술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한국에서 로봇수술 트레이닝을 받은 미국인 의사는 내가 처음일 것이다.

--교육과정은 어땠나.

▲350일 동안의 펠로십 과정을 거치며 일주일에 7일, 하루 18시간을 위암 환자의 수술치료에 대해 배웠다. 형우진 교수한테서 위암 환자의 수술적 치료를 배웠고, 4개월간은 겨드랑이 접근법을 이용한 갑상선 로봇수술기법을 개발한 정웅윤 교수에게 갑상선 절제술을 배웠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무엇인가.

▲로봇수술의 장점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다빈치 시스템이 기존 내시경 수술기구를 뛰어넘는 다양하고 진보된 기술적 장점을 지니고 있어 수술자에게 확실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적절한 로봇수술 트레이닝을 받은 의사라면 로봇을 이용해 기존의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에 비해 더 정확하고 세밀한 수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로봇수술을 시행한 기관들의 통계를 볼 때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수술결과와 회복 속도 등의 장점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세브란스병원의 로봇수술 기술을 평가한다면.

▲나는 상부위장관과 내분비 파트의 펠로였기 때문에 오직 형우진 교수와 정웅윤 박사의 로봇수술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두 박사가 집도한 수많은 로봇수술을 보고 내린 결론은 내가 만약 위암이나 갑상선암에 걸린다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그 두 사람에게 로봇 수술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나도 미국의 환자들에게 같은 수준의 치료를 제공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로봇수술의 비용 대비 효과를 놓고 논란이 있다. 미국은 어떠한가.

▲기존의 개복수술 또는 복강경수술과의 비용 차이 때문에 제기되는 환자들의 부담 문제가 한국에서는 보험과 관련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로봇수술의 비용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는 단지 개인의 비용부담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헬스케어 시스템의 문제로 여겨진다.

내가 의료정책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는 장비의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로봇수술의 이점이 버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로봇수술 자체를 더욱 저렴하게 만들거나, 보험 제도를 손봐서 더 많은 사람들(부자가 아닌 사람이라도)이 진보된 로봇수술 기술의 장점을 누릴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으로 연수를 오겠다고 하니 반대는 없었나.

▲모든 이가 한국에서의 펠로십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한국에 오기 전에 필요하면 미국에서의 학술적 지위 등을 위해 다른 펠로십을 받을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는 없다. 한국의 외과수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한국에서 배우기로 한 나의 결정을 아주 자랑스러워하셨다. 작은 신념에서 비롯됐지만 커다란 가치가 된 14시간의 비행이었다.

--미국에 돌아간 뒤의 계획은.

▲세브란스병원에서 훈련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과 한국의 장점을 합쳐 몸과 마음이 아픈 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한국의 얼이 보이는 외과 의사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 각오를 품고 있다. 우선 소화기암센터에서 로봇수술을 포함한 최소침습 수술치료에 포커스를 맞춘 뒤 위와 갑상선, 췌장 등의 암 치료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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