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STX ‘사운 건 베팅’… 재계 지각변동 예고

SK·STX ‘사운 건 베팅’… 재계 지각변동 예고

입력 2011-07-12 00:00
업데이트 201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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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전 4대 관전 포인트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이 요즘 재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단지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글로벌 회사라서가 아니다. SK와 STX 간의 인수전 결과에 따라 양사의 모습이 지금과는 180도 바뀌는 것은 물론 국내 재계의 지형도가 다시 그려지기 때문이다. 인수 뒤 하이닉스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도 주목할 점이다. 하이닉스 인수전과 관련한 관전 포인트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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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채권단 해외매각 원천 봉쇄

11일 금융권과 재계에 따르면 SK와 STX의 하이닉스 인수전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사항은 어느 쪽이 마지막에 웃을 것이냐는 점이다.

겉으로만 봐서는 재계 순위 14위(자산 22조 2400억원)인 STX보다는 재계 순위 3위(자산 97조 420억원)인 SK 쪽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한 채권단의 입장은 ‘가격 못지않게 비가격적 요소도 중시하겠다.’는 것이었다. 반도체 업종 자체가 일종의 국가기간 산업인 만큼 향후 투자 계획이나 인수 자금의 투명성 등을 꼼꼼히 살피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해외 매각을 원천 봉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등 최근 이뤄진 대형 인수·합병(M&A)이 당초 계약과 달리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채권단에는 부담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비가격적 요소를 보지만 결정은 가격으로 한다.’는 채권단의 생리를 감안하면 섣불리 승부를 단언하기 힘들다. ‘하이닉스를 거둬 달라.’고 읍소하던 과거의 입장도 아니다. 채권단이 비가격적 요소 위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 자칫 인수전에서 패배한 기업과 소송에 휘말릴 여지도 있다.

SK 관계자는 “최근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한 기업은 덩치가 큰 포스코 등이 아닌 가격을 더 쓴 CJ였다.”면서 “결국 가격이 승부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SK·STX 모두 보수적 베팅할 듯

11일 종가(2만 6450원) 기준으로 하이닉스의 시가 총액은 15조 6629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15%를 더하면 주당 가격은 3만 500원이다. 여기에 채권단이 언급한 기준(구주 7.5% 이상, 신주 10% 이하)인 구주 7.5%와 신주 10%를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총인수대금은 2조 9000억원 정도가 된다. 변수는 SK와 STX가 본입찰 때 프리미엄과 구주 인수 비율 등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다. 구주 7.5%와 신주 10% 인수를 전제로 프리미엄이 20%로 올라가면 3조원, 30%가 되면 3조 3000억원 정도로 뛴다. 여기에 인수 의향자가 구주를 7.5% 이상 또는 신주를 10% 이상 인수한다면 총인수대금은 더욱 늘어난다.

특히 하이닉스 인수전이 ‘경쟁 체제’로 진행되면서 구주 인수를 많이 하는 쪽이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주 인수 비율이 늘어날수록 채권은행에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하이닉스 가격이 대한통운 등처럼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SK와 STX가 모두 보수적인 ‘베팅’ 의사를 밝힌 데다 등락이 극심한 반도체 업종의 특성 상 자칫 무리하게 인수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수 현금성 자산 조달도 큰부담 없어

하이닉스 인수 자체는 SK나 STX 모두에게 큰 부담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이 이미 인수기업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신주 인수와 구주 매각을 병행하는 매각 방식을 선보인 덕분이다.

채권단은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이닉스 신주를 특수목적법인(SPC)에 맡겼다가 하이닉스 인수자에게 함께 넘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후 하이닉스가 SPC를 인수하면 납입 대금이 다시 하이닉스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 돈을 재투자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채권단이 갖고 있는 하이닉스 구주 15%를 15%의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한다면 2조 9000억원 전부를 채권단에 넘겨야 한다. 그러나 구주 7.5%와 신주 7.5%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인수한다면 매입 비용의 절반인 1조 4500억원은 하이닉스 내부로 유입된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부채 비율은 65%, 차입금 의존도는 20%대 초반에 불과해 어느 정도의 차입은 큰 부담이 아니다. STX는 중동 국부펀드가 부담하는 인수 대금의 절반인 1조 5000억원 정도를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STX는 3조원 정도인 그룹 전체 현금성자산 중 일부를 활용하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이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10일 STX유럽이 STX OSV(해양플랜트) 보유 지분 18.27%를 매각해 2500억원 정도를 확보한 것도 하이닉스 인수를 포석에 둔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SK·STX 인수 의지 막상막하”

하이닉스 인수를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게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74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90% 이상인 6900억원을 반도체 부문에서 기록했다. 그해 하이닉스의 적자는 1조 9201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이닉스가 D램 세계 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연간 3조~4조원의 설비투자비 부담 역시 상당하다. 반도체 업종은 꾸준한 투자가 전제되지 않으면 설비 노후화 등으로 공장을 돌리기조차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 부문 설비투자에만 5조 8000억원을 쏟아붓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구나 업계에서는 하이닉스가 지난 10년간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해 아직 30나노 D램 공정을 안정화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수준(3조 2730억원)으로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준다면 문제가 안 되지만 불경기가 다시 닥치면 조 단위 손실을 기록하면서도 인수 기업이 동시에 조 단위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특히 매년 4조원 이상의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는 SK텔레콤보다는 지난해 35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친 STX 쪽에 타격이 더 심할 수 있다.

그러나 인수 의지만큼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한 10대그룹 관계자는 “향후 막대한 투자비 부담과 업종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SK와 STX가 ‘베팅’을 감행한 것은 성장과 사업다각화를 위해 하이닉스 인수전에 사운을 건 셈”이라면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는 9월 초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류지영·홍희경기자

douzirl@seoul.co.kr

2011-07-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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