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업계 때리기 2라운드 시작?

정부 유류업계 때리기 2라운드 시작?

입력 2011-07-15 00:00
업데이트 2011-07-15 15:3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부가 정유사의 100원 인하 종료 이후 기름값 급등에 대해 “전혀 설득력 없는 인상”이라며 다시 업계를 때리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ℓ당 100원 인하의 실제 효과가 56원에 그쳤다는 소비자단체의 분석에 무게를 실어주는 동시에 현재 소비자가격이 추정가보다 50원가량 높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가격 인하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여겨진다.

업계는 시큰둥하다. 정부는 세금 인하에 요지부동이면서, 업계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정부 또 때렸다..”신뢰 훼손..올릴 이유 있는지 극히 의심”

정부의 재압박은 15일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공식화됐다. 회의를 주재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의 분석결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소시모는 100원 인하가 이뤄진 석 달간 정유사 마진은 ℓ당 평균 78원 줄었지만 주유소가 마진을 22원 늘려 실제 휘발유값 인하효과는 56원에 그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월별 인하효과도 4월 58원, 5월 79원, 6월 36원 수준으로 가격을 ‘천천히’ ‘불충분’하게 내렸고, 인하 종료를 앞둔 6월에 미리 상당수준 가격을 올렸다고 봤다.

임 차관은 “정부도 소비자단체의 분석내용이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스스로 약속한대로 기름값을 인하하지 않은 것은 정유사·주유소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나아가 “국제유가, 환율, 정유사·주유소 마진 등을 감안해 기름값 할인 전과 비교할 때 현재 시점에서 기름값을 올릴 이유가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업계가 100원 할인을 통해 사실상 소비자를 속였고, 인하 조치가 끝난 지금도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에 가까운 셈이다.

특히 정부는 현재 휘발유값이 재정부 추정가격보다 50원가량 높다고 분석했다. 100원 인하 전인 1~3월의 업계 마진을 유지한다고 할 때 7월 둘째주 휘발유의 추정 소비자가격은 ℓ당 1,880원대지만, 14일 현재 가격은 1,933원이라는 것이다.

임 차관은 “할인가격 환원을 이유로 한 소비자가격 인상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업계 공방 2라운드 시작되나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처음은 아니다. 크게 보면 두 번째다.

연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며 고공행진하면서 서민 부담이 커지자 지난 1월부터 업계를 질타했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고부터다.

임 차관은 지난 2월 15일 휘발유값 국제비교 결과를 설명하면서 “국내외 석유제품 가격의 격차가 확대됐으며 이는 최근 정유사 이익이 크게 늘어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정유사를 몰아세웠고,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2월 10일 석유제품 가격과 관련, “내가 회계사 아니냐. 직접 원가계산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석유가격 태스크포스가 구성돼 꼼꼼한 분석에 들어갔고 비대칭성이 있다고 결론내리긴 했지만, 비대칭성 여부에 대해선 기간 책정 때문에 찬반이 적지 않았다. 정부 기세에 눌린 정유업계는 4월7일부터 100원 인하에 들어갔다.

정부의 압박은 업계의 인하조치 종료를 전후해 다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앞서 최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유사가 또 다른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기름값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정유사 스스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런 움직임은 국제유가가 내리기는커녕 두바이유 기준으로 최근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면서 연중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내려 기름값 100원 인하가 종료돼도 부담이 늘지 않았다면 정부도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지만 할인 종료에 고유가가 겹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환율이다. 1~3월 원·달러 환율이 평균 1,124.9원이었는데 7월 둘째주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6월 마지막주 환율은 1,076원, 7월 셋째주에 반영될 7월 첫째주 환율은 1,062.9원으로 확 떨어진 만큼 가격을 올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시큰둥’..세금·부과금 놓고도 미묘한 기류

정부의 압박에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100원 인하에 이어 단계적 환원을 시행 중인데 더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푸념이 나온다. 나아가 가격에서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주유소에 책임을 미루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만큼 투명한 게 없는데 업계가 부당하게 가격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정유업체 관계자는 “주유소 마진에 다소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유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가 가격 인하에 나섰던 만큼 정부도 고통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예컨대 석유수입부과금이나 원유에 부과하는 관세, 나아가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종가세인 관세는 더 걷히긴 했지만, 원화가치 상승으로 세수에 악영향이 있는데다 관세율을 0%로 내려봤자 소비자가격 인하분이 20원 남짓해 효과는 없고 세수만 축낸다는 입장이다.

석유수입부과금과 관세를 놓고도 부처 간에 미묘한 기류도 없지 않다. 지식경제부는 원유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통한 관세 인하를 공식 요구했지만 관세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일각에서는 지경부 소관인 석유수입부과금부터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방 주머니를 먼저 열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성심당 임대료 갈등, 당신의 생각은?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이자 대전 명물로 꼽히는 ‘성심당’의 임대료 논란이 뜨겁습니다. 성심당은 월 매출의 4%인 1억원의 월 임대료를 내왔는데, 코레일유통은 규정에 따라 월 매출의 17%인 4억 4000만원을 임대료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심당 측은 임대료 인상이 너무 과도하다고 맞섰고, 코레일유통은 전국 기차역 내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성심당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대료 갈등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규정에 따라 임대료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의 임대료 1억원을 유지해야 한다
협의로 적정 임대료를 도출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