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3조3600억… 美추월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해 유럽계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지만,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주식과 채권, 부동산, 기업 등을 전방위로 사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해외투자 허용 규모를 더 늘릴 방침이어서 ‘바이 코리아’(Buy Korea)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9일 금융감독원과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들어 9월까지 사들인 주식·채권·부동산·기업 등 국내 자산 규모는 총 4조 7426억원에 달한다. 미국을 제외하면 단일국가 중 최대 규모다.
중국은 한국 채권시장에서 이미 미국을 제치고 ‘큰 손’으로 떠올랐다. 중국 본토에서만 3조 1285억원어치의 한국 채권을 사들였고, 특별행정구역인 홍콩을 더하면 3조 3609억원어치를 매입해 미국(3조 2220억원)보다 많았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영국(2조 1818억원)과 프랑스(2조 507억원)가 대량으로 국내 채권을 팔아치운 가운데, 중국이 이들 국가의 빈자리를 급속도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사들인 국내 부동산 면적은 336만㎡로 여의도 면적(290만㎡)을 넘어섰으며, 올해 들어서만 반년 새 953억원어치를 새로 사들여 일본의 투자액(790억원)을 앞질렀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달러에 편중돼 있어 다각화할 필요가 있는데 유럽은 최근 상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한국은 중국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2011-10-10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