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ISD 논의’ 어떻게 될까

한미FTA ‘ISD 논의’ 어떻게 될까

입력 2011-11-16 00:00
업데이트 2011-11-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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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논점인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대해 “FTA 발효 후 논의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한미 FTA를 조속히 발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로써 한미 행정부 간에는 FTA 발효 후 ISD 문제를 논의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ISD를 문제삼는 야당의 반대로 발목이 잡혔던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조속하고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통상당국자는 1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보내온 공식 답변에서 “미국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미 FTA에 관해 한국 측이 제기하는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한국과 협의(consult)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신속하게 대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한미 FTA 협정문에는 양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 마련돼 있지만 그런 장치가 있는 것과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밝힌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환영했다.

FTA 발효 후에 ISD 문제를 재협상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제안에 대해 논의에 응하겠다고 대응한 것 자체에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미간에 예상되는 ISD 추가논의의 성격은 ‘개정 협상’이 될 전망이다. 한미 FTA가 이미 발효된 뒤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정부 모두 ISD 논의의 전제로 선(先) 한미 FTA 발효를 분명히 하고 있다.

ISD 문제가 논의되는 ‘채널’은 최근 한미 양국이 설립키로 추가 합의한 한미 FTA 서비스ㆍ투자위원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측은 연합뉴스에 보내온 답변에서 “최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 간에 서한교환을 통해 새로운 한미 FTA 서비스ㆍ투자위원회를 설립키로 했다”면서 “이 위원회에서 ISD를 포함해 서비스 투자 분야의 어떤 구체적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한미 FTA 서비스 투자위원회는 양국 정부 대표로 구성되며 첫번째 회의는 한미 FTA 발효 후 90일 이내에, 이후에는 매년 또는 합의시 수시 회의를 열게 된다.

일단 서비스 투자 위원회에서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지면 공동위원회에 결과를 보고하고 수정된 내용대로 두 나라가 이행하면 된다.

하지만 ISD 문제가 어떤 수준까지 논의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먼저 우리 정부는 FTA가 발효된 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미국 측에 어느 정도 수준을 요구할지 입장을 정해야 한다.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시간을 갖고 우리가 어떤 패키지를 내놓을지 연구해봐야 한다”면서 “논의의 범위와 수준 등에 대해선 현 단계에선 예단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ISD 제도를 현행대로 두되 야당과 시민단체의 요구 사항을 일부 받아들여 절차적인 문제를 따지는 정도라면 양국 간 논의는 크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ISD 폐지 등 협정문에 손을 대는 것이라면 얘기가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한국 측의 ISD 요구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미국은 ISD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정도일 뿐 어떤 문제를 어떤 수준에서 논의하겠다고 아직까지 언급한 것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ISD 조항 자체를 없애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ISD는 두 나라가 협상 초안에 집어넣었을 만큼 양국 정부가 투자를 위한 기본 토대로 인식해 왔고 이미 상당수 국가가 투자보장협정에 포함시킬만큼 보편화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회적으로 우리 정부가 미 행정부에 이의 삭제 가능성을 타진했을때 ‘노(No)’라고 답변을 들었던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가 ISD를 재협상하겠다는 밝힌 데 대해 미국이 “논의할 수 있다”고 열린 자세를 보인 것 자체는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한국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ISD 재협상 언급에 대해 미국이 적극 호응함에 따라 국회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빠른 시일 내에 원만하게 처리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 공은 다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 넘어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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