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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銀 매각, 법적 근거와 남은 불씨는

외환銀 매각, 법적 근거와 남은 불씨는

입력 2011-11-18 00:00
업데이트 2011-11-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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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법상 ‘징벌적’ 매각 어려워‥조건없는 매각명령”금융위 재량으로 징벌” 주장‥법ㆍ제도 허점도 노출

론스타펀드에 대해 외환은행 초과지분을 조건 없이 강제매각하라고 명령한 금융위원회의 18일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무엇보다 일각에서 주장한 대로 ‘징벌적 성격’ 등 구체적인 매각조건을 달아 외환은행 강제매각을 명령하기엔 현행법상 근거가 미약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가 재량권을 동원해 충분히 징벌적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이날 결정을 두고 후폭풍이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론스타가 유리해졌다는 해석과 관련 법ㆍ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것도 불씨로 남게 됐다.

◇금융위 “현행법상 조건없는 매각만 가능”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강제매각은 은행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선, 은행법은 ‘사회적 신용요건’에 문제가 발생해 대주주로서 자격을 상실한 경우 론스타 같은 사모투자펀드는 은행 지분의 10%를 넘겨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51.09%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03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 대한 재상고 포기로 유죄가 최종 확정되면서 대주주 자격을 잃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신용요건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 10%를 초과한 41.09%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중지됐다. 은행법은 이 같은 한도초과지분에 대해선 금융위가 강제매각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강제매각’이 언급돼 있을 뿐 매각의 방식과 관련해선 일언반구조차 없다는 점이다.

한도초과지분에 대한 강제매각을 규정한 은행법 제16조의4 제5항은 “한도초과보유 주주 등이 명령(대주주 자격 충족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초과 보유하는 은행의 주식을 처분할 것을 명할 수 있다”라고만 써놨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률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로선 법 조항을 멋대로 해석해 매각 조건을 달 수 없다”며 “오랜 기간 법률적 검토를 거친 끝에 금융위원 사이에서 이 같은 공감대가 만들어져 조건 없는 강제매각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위는 론스타가 강제매각 명령을 이행해야 하는 기간 역시 법이 정한 최고한도인 6개월을 부과했다. 매각 주체인 론스타가 6개월을 요구한 만큼 이를 제한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금융위 재량으로 징벌 가능” 반박논리 맞서

하지만 금융위의 이 같은 결정을 반박하는 주장도 그동안 만만치 않게 제기된 터라 법률적 판단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은행 노조를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선 주가조작이란 범죄행위로 강제매각을 명령하면 당연히 징벌적 성격이 가미돼야 하고, 은행법에 구체적인 매각 방식이 명시되지 않았으니 금융위가 재량권을 발휘해 론스타가 강제매각으로 이득을 보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연세대 홍복기ㆍ심 영 교수는 지난 8일 금융위에 제출한 법률검토 의견서에서 “한도초과보유분의 처분은 장내매각으로 해야 한다”며 “신고대량매매, 시간외매매, 통정매매 등 특정인(하나금융지주)과의 거래가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주식을 매각하도록 해 매각명령의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매각 방식과 별개인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해당 여부는 이날 강제매각 명령에서 아예 다뤄지지 않았다. 은행법상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로 판명되면 대주주 자격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겨 은행 지분의 4%를 넘겨 보유할 수 없다.

금융위는 지난 5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지만, 그 뒤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이 재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특히 몇몇 국회의원들이 일본에 골프장을 보유한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최근 론스타가 해당 골프장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비금융주력자 관련 논란도 불씨를 남기게 됐다.

◇결정 두고 후폭풍 예상‥법ㆍ제도 허점도

이날 결정으로 론스타가 기존에 하나금융과 맺은 매매계약에 따라 외환은행 지분을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강제매각 명령을 이행, 막대한 매각차익을 거두고 8년 만에 우리나라를 빠져나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론스타는 원하던 대로 명령 이행기간을 법정 한도인 6개월까지 얻음으로써 하나금융과의 매각가격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을 뿐 아니라 다른 매각 대상자를 물색할 시간도 벌었다.

결국 그동안 론스타에 대한 유ㆍ불리를 따지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금융위의 거듭된 강조에도, 이처럼 여러모로 따지면 론스타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전날 금융위 기자실을 찾아 “만의 하나 금융위가 단순하게 매각명령만 내리게 된다면 민주당 차원에서 즉각 국정조사에 들어가고, 금융위와 관련된 모든 예산과 법안은 심의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번 론스타 사태를 계기로 지금까지 사안을 복잡하게 꼬이게 한 매각명령 조항과 대주주 자격(적격성) 심사 조항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선 국내 재벌에 ‘금산분리(금융ㆍ산업자본 분리)’ 규제를 들이대려고 비금융주력자 심사를 도입한 만큼 정확한 자산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론스타 같은 외국계 펀드에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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