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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잦은 전산장애는 ‘기강해이’ 탓인 듯

농협 잦은 전산장애는 ‘기강해이’ 탓인 듯

입력 2012-01-04 00:00
업데이트 2012-01-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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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프로그램 적용 전 시뮬레이션 소홀”

농협이 전산 사고를 막고자 엄청난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었음에도 전산 장애가 연발했다.

농협 전산망은 3일 오후 7시24분부터 52분까지 28분간 장애가 발생한 탓에 체크카드 고객들이 결제 등 대부분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지난달 2일 이틀간 장애가 난 지 불과 1개월 만에 유사한 사고가 생긴 것이다.

작년 4월 대규모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태를 겪고도 크고 작은 장애가 끊이지 않자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농협 장애가 금융권에서 가장 빈번하기 때문이다.

5천억원을 들여 최고 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겠다던 농협의 약속은 잇단 사고로 허언이 돼버렸다.

오는 3월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유통ㆍ판매)을 분리하는 구조 개선을 앞둔 농협이 잦은 전산사고를 일으켜 ‘신경분리’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스럽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협은 잇따른 사고에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듯 매우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 전산망이 커서 사고가 일어날 개연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탈이 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태도는 지난해 75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돼 징계를 받았던 현대캐피탈이나 삼성카드 등 민간 금융회사들의 대처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들 회사는 문제점을 철저히 점검, 대책을 마련한 덕분에 사고 가능성을 매우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경분리라는 중대한 현안을 앞둔 농협에서 잦은 전산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몸집이 큰 전산망도 원인으로 꼽힌다.

농협은 중앙회뿐 아니라 4천 개가 넘는 단위농협 지점, 하나로마트 등과 전산망이 연결돼 있다. 축산업협동조합, 인삼협동조합중앙회와 2000년 합병하면서 전산 분야를 통합했다.

그러나 전산망 크기와 사고는 큰 관계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정보기술(IT) 전문가는 “전산망은 어차피 컴퓨터로 가동돼 몸집이 크다고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농협 내부 전산조직을 의심했다.

실제로 3일 사고도 프로그램을 개선하려다 생겼다.

새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전에 충분히 시뮬레이션을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의 원인은 기강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의 IT 관련 본부장은 “보통 새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 3차례 이상 사전 테스트를 거친다. 전산망이 워낙 복잡해 다른 은행들도 오류가 발생하지만 농협은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협도 이런 가능성을 인정하는 듯하다.

농협 관계자는 “작년 4월 이후 일어난 전산 사고의 원인이 제각각이지만, 내부통제가 소홀했을 수 있다. 앞으로 시스템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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