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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영업 초부유층 ‘특혜 경쟁’…서민은 ‘홀대’

은행영업 초부유층 ‘특혜 경쟁’…서민은 ‘홀대’

입력 2012-01-25 00:00
업데이트 2012-01-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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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서비스 제공하고도 수수료는 ‘0원’

수백억원대 자산을 굴리는 초부유층을 잡으려고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이른바 ‘VVIP(초우량고객)’ 마케팅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고객 유치전이 과열되면서 ‘퍼주기’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자산건전성 등을 이유로 서민들에게 대출 문턱을 높이고 이자까지 올리는 현실과 너무 대조적이다.

◇ 부유층 수지 못 맞춰도 특혜 경쟁

신한금융그룹이 새로운 VVIP 마케팅의 이름을 ‘프리빌리지(Privilege.특권)’라고 이름붙인 데서 알 수 있듯 부유층이 금융권에서 받는 대접은 한마디로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모(52)씨는 25일 “자산을 맡기면 은행 예금이자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 주겠다는 제의를 많이 받는다. 여러 은행에서 경쟁적으로 제시한다”고 전했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이들만을 위한 차별화된 투자상품을 만들어 제공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상속, 증여, 자녀교육, 인맥 관리 등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수수료는 ‘0원’이다.

외국의 투자은행들이 부자 고객이 맡긴 자산의 1~2%를 자산관리 수수료로 받는 것과는 영 딴판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부유층 고객에게는 우리가 ‘을’이다.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무리한 조건을 제시해서라도 끌어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00만원대 연회비 카드를 올해 내놓는 카드사들은 ‘컨시어지 서비스’를 강조한다.

중세 서양에서 성을 지키는 집사를 가리키는 말인 ‘컨시어지(Concierge)’처럼 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즉각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외여행을 나가는 고객은 호텔, 항공권, 식당 등을 예약해 주며 항공권 업그레이드, 명품 구매 시 할인 혜택까지 준다. 외국의 유명 CEO(최고경영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친분을 쌓을 기회도 제공한다. 세계적인 영화제 초청 서비스까지 나올 전망이다.

이렇듯 ‘퍼주기’식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수지가 맞을 리 없다.

카드사 관계자는 “VVIP 카드는 모두 적자인 것이 사실이다. 오피니언 리더에게 카드를 제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다 보니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초부유층은 우리나라를 이끄는 사회 지도층과 직결된다.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이들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서민은 대출금리 부담에 서비스 축소

VIIP 마케팅이 대부분 적자를 내 서민영업과 비교하면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을 받는다.

현금인출 수수료 등을 다소 낮춰주고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는 등 은행들은 겉으로는 서민금융에 힘쓰는 듯 한다. 정작 가장 중요한 대출금리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회사채 금리는 0.07%포인트, 국고채 금리는 0.14% 올랐다. 그런데 가계대출 금리는 0.52%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무려 1.17%포인트 급등했다.

가장 큰 원인은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하기 때문이다. CD 금리는 지난해 1~11월 0.76%포인트나 올랐다.

이러한 가계대출 금리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새로운 대출금리 지표를 만들도록 압박했다. 그러나 은행 담당자들은 한두번 모임을 하고 논의하는 시늉을 하더니 새해 들어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흐지부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줬다고 큰소리치는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VVIP 카드는 온갖 혜택을 주면서 서민들이 쓰는 일반 카드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를 이유로 혜택을 대폭 축소해 버렸다. 이럴 바에야 수수료 인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자성의 목소리는 금융권 내부에서도 생겼다.

한 시중은행장은 “부유층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지만 어느 은행이 수익을 내고 있나. 서민 고객을 기반으로 하는 은행의 본업에 우선 충실해야 할 것이다”며 업계의 영업 방식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수수료 좀 깎아준다고 생색내더니 정작 중요한 대출금리 인하는 ‘나 모른다’고 버티면 이게 무슨 서민금융인가. 서민층에 ‘바가지’를 씌우면서 부유층에는 온갖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진짜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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