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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경제독점 사상최고…창의ㆍ다양성 위축우려

재벌 경제독점 사상최고…창의ㆍ다양성 위축우려

입력 2012-02-06 00:00
업데이트 2012-02-06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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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은 이들의 자체 경쟁력 향상 덕분이기도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담합 등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대 재벌그룹 상장사들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매출도 전체 상장사의 절반이 넘는다.

이러한 집중은 시장 규모가 큰 산업의 독과점 심화와 계열사나 관계사와의 공공연한 내부거래, 담합을 통한 가격인상에 의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양적 성장과 비교해 질적 성장은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 간의 지나친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10대그룹 경제력 집중 사상최고

국내 10대 그룹이 전체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과 매출액 비중이 매년 눈에 띄게 올라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6일 재벌닷컴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대 재벌그룹 계열 90개 상장사의 지난달 말 시총은 648조원이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총 1천227조원 가운데 52.83%에 달하는 규모다.

10대벌의 시총 비중은 2008년 말 44.87%에서 2009년 말 46.59%, 2010년 말 51.90%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 확대됐다.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최근 6개월 동안에도 비중이 52.06%에서 52.83%로 상승했다.

현대차그룹은 2008년 말 3.81%에서 지난달 말 12.29%로 비중을 높여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삼성그룹은 18.86%에서 22.23%으로 비중을 확대했다.

매출 비중 추이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두산 대신 포스코를 포함한 10대 그룹 계열 82개 상장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IFRS 별도·12월 결산 기준)은 471조원이었다. 전체 상장사의 매출액 901조원 대비 비중이 52.27%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10대 그룹의 매출 비중은 2008년 말 47.18%, 2009년 말 49.99%, 2010년 말 51.86%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올라갔다.

◇ 대기업 독과점 심화…일감 몰아주기 만연

대기업이 경제력 집중도가 올라가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향상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에 애플을 누르고 스마트폰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단적인 예다. 대기업이 그동안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고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양적 성장과 비교해 질적 성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높다.

독과점적 시장지배 지위를 이용해 계열사나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일은 다반사이고 담합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광업ㆍ제조업 분야의 산업 집중도 단순평균은 2002년 40.7%에서 2009년 45.0%로 커졌다. 시장규모를 고려한 가중평균은 이 기간 47.6%에서 55.4%로 증가했다.

가중평균이 상승한 것은 시장 규모가 큰 산업의 독과점이 심해졌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독과점 심화는 불공정거래를 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집단 소속 광고와 시스템통합(SI), 물류 등 20개 업체의 내부거래 현황과 사업자 선정방식 실태를 분석한 결과,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88%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기업이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비계열 독립기업에는 참여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담합 등 대기업들의 담합이 계속되는 것도 독과점 구조를 악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중소기업 육성해야”

대기업들이 수출을 늘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만큼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시장 건전성을 높이려면 기업 간의 지나친 격차는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경제력이 한 기업집단에 집중되면 위기가 닥쳤을 때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무소불위의 재벌 총수가 한번만 실패해도 큰 기업집단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경제력이 집중되면 미시ㆍ거시적 차원에서 안정성이 떨어지고, 창의성과 다양성이 위축된다고 그는 밝혔다.

정 위원장은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100이라고 할 때 100명이 골고루 생산하는 것은 5명이 생산을 독식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기업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벌이 국외 시장에서 선전해 이익을 많이 냈고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다. 다만, 그과정에서 내수와 고용이 부진해졌고 중소기업이 소외됐다”고 평가했다.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이 제시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협력이익배분제’라는 이름으로 이익 공유제 도입 발안을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선 방법을 논의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은 90% 가까운 매출을 국외 시장에서 거둔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그 비중이 10%대에 불과하다. 이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경제력 집중은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기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중소기업 지원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 기술 경쟁력 향상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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