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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위안화 허브’ 구축 경쟁…韓도 가세

세계’위안화 허브’ 구축 경쟁…韓도 가세

입력 2012-04-09 00:00
업데이트 2012-04-0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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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QFII관련 내용 수정>>홍콩 이어 런던이 차기 위안화 허브로 유력

세계 각국이 ‘위안화 허브’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위안화 허브 구축에 나섰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영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국들이 중국 위안화 거래의 중심지가 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역결제나 보유 외화 다변화를 위한 위안화 수요에 부응하고 중국과의 협력 강화 등을 위해서다.

위안화 허브는 중국 역외에서 위안화 자금을 조달하고 필요하면 위안화 신용 거래를 할 수 있는 금융 제도와 시스템을 의미한다.

국제은행간 자금결제통신망(SWIFT) 통계를 보면 세계 결제통화 중 위안화 비중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세계 17위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외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2010년 1분기 0.4%에서 작년 말 약 9%로 급증하는 등 위안화의 국제화 추세는 뚜렷해졌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잇따른 양적 완화로 미국 달러화가 힘을 잃어 위안화 위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역시 자국 경제의 부상에 맞춰 국제 금융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역외 위안화 허브를 통한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일본, UAE, 대만 ‘위안화 허브’ 각축전

위안화 허브를 설립하려고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중국과 인접한 홍콩이다. 2004년 시작된 홍콩 내 위안화 예금이 작년 말까지 6천273억 위안에 달했다.

2007년 위안화표시 채권(딤섬본드) 발행을 허용해 2011년에만 실적이 1천40억 위안에 달했다. 2010년엔 위안화 펀드ㆍ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대외 위안화 거래 때 80%가 홍콩을 거칠 정도로 이미 제1의 위안화 허브로 자리를 굳혔다.

영국 런던은 싱가포르와 제2의 위안화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외화거래의 중심지인 런던은 유럽 관문으로서 중국 정부와 이미 ‘교감’을 나눴다는 후문이 있다.

2011년 9월 영국은 런던을 역외 위안화 허브로 발전시키기로 중국과 합의했다. 교역규모를 2015년까지 1천억 달러로 늘리려는 조치다.

홍콩 통화청은 최근 위안화 실시간 결제시스템 운영시간을 유럽시장에 맞춰 5시간 연장했다. 올 5월에는 위안화 상품에 대한 청산, 결제, 유동성 공급 등 시너지 효과를 알아보려고 민관 포럼을 설립한다. 주요 글로벌 은행들은 런던에 위안화 사업부문 데스크를 설치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영국에 뒤질세라 위안화 허브 구축에 진력하고 있다. 중국 자산 규모 1위인 중국 공상은행이 지난달 싱가포르에 역외 위안화 비즈니스 센터를 가동한 게 구체적인 성과다. 중국 중신집단공사(CITIC)은행도 곧 위안화 금융서비스를 시작한다.

싱가포르는 중국과 밀접한 아시아 내 주요 금융허브임을 내세워 2010년 300억 싱가포르 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리콴유 총리 등은 싱가포르가 홍콩에 이어 두 번째의 위안화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수차례나 언급할 정도로 정부 차원의 의지가 강하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중동지역의 대표주자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UAE의 석유는 인도에 이어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한다. 결제 대금 중 일부만 위안화로 전환해도 위안화의 국제 위상이 크게 올라간다. 최근 들어 UAE는 중국과 54억5천만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교역과 투자 확대를 꾀하고 있다.

대만과 일본의 움직임도 간단치 않다.

대만은 같은 중화권 국가로서 금융 인프라 및 기술 전수 등에 있어 위안화 허브 유치에 경쟁력이 있다고 자평한다.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이후 대만은행의 모든 국외지점에서 위안화 관련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천명했다. 양국 간 통화결제 시스템 마련을 위한 특별 태스크포스를 설립에 들어갔다. 그러나 뿌리깊은 정치적 갈등은 위안화 허브 유치의 변수다.

일본은 아시아 최대의 금융 허브라는 것이 큰 장점이다.

아시아 1위의 외화 거래량과 일본 대형은행들의 경쟁력이 막강하다. 2011년 일본 3대 은행의 위안화 거래규모는 1천500억엔 수준으로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올 2월부터 중국과 함께 도쿄 외환시장에 역외 위안화 거래 센터 설립 등을 추진 중이다.

3월엔 650억 위안 규모의 중국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위안화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인정해줬다.

◇ 한국도 위안화 허브 경쟁에 합류

국제금융센터는 위안화 허브 유치가 가장 유력한 곳으로 런던을 꼽았다. 지리적 입지, 경제 교역량, 허브 역할 수행 능력 등을 종합해보면 모든 면에서 합격점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시장이 문을 닫을 때 런던이 다른 나라의 다국적 기업들을 위한 위안화 비즈니스를 처리할 수 있는 날이 머잖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은 런던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명만을 선택하는 ‘미인대회’보다 다수 국가를 경쟁시키는 편이 위안화 국제화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싱가포르, UAE, 일본 등과도 허브관련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최근 중국과 FTA 협상에 돌입함으로써 위안화 허브 구축에 다소 유리해졌다.

위안화 허브로 가는 첫 관문은 이미 넘었다. 한국과 중국이 지난해 통화 스와프 규모를 1천800억 위안에서 3천600억 위안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국가 중 홍콩(4천억위안)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최근에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KIC(한국투자공사)와 국민연금, 한국은행 등에 QFII(해외적격기관투자자) 자격을 줬다. 중국에서 주식과 채권을 직접 투자할 길이 마련된 셈이다.

정부는 위안화 허브 육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선언했다.

기획재정부가 2012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국내 외환시장의 중장기 구조 개선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런 노력에 중국에서 다양한 화답이 왔다.

일례로 올 1월 방한한 양카이성 중국공상은행장이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만나 “우리는 세계 1위 은행이다. 한국에 무한정 투자할 수 있다”며 한국시장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위안화로 예금할 수 있는 상품 역시 국내 시중은행에 이미 즐비하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CJ제일제당 등이 모두 60억 2천만 위안 규모의 딤섬본드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양국간 밀접한 교역, 상호 투자 증가, 국내은행들의 국제업무 확대 등을 고려해 위안화 관련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하고 정부 차원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요국들이 ‘위안화 허브’가 되려고 질주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우리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제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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