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쓰듯 전기 ‘펑펑’… 작년 정전대란 벌써 잊었나

물 쓰듯 전기 ‘펑펑’… 작년 정전대란 벌써 잊었나

입력 2012-05-16 00:00
업데이트 2012-05-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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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현실화해 과소비 차단 에너지 절약 다양한 캠페인 시급

# 15일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즐비한 옷가게들이 신나는 음악과 함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손님을 맞고 있다. 실내에 전시된 옷을 비춰 주는 전구에서는 열기가 느껴지고, 에어컨에서는 냉기가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 상점 주인은 “문을 닫고 있으면 손님들이 매장에 들어오려 하지 않고, 매장 안에 들어와서도 덥다고 느끼면 매출이 반으로 떨어지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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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이하 공급이 과소비 조장”

정부가 지난해 ‘9·15 정전대란’ 이후 에너지 절약 홍보를 한다고 하지만 도시민들이 전기를 ‘펑펑’ 낭비하는 행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싼 전기요금 때문에 그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에 수조원대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 등이 합리적인 수요 예측과 원가 절감을 위한 자구노력 등을 먼저 보여 줘야 한다는 말도 있다.

박희천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석유 등 다른 연료보다 값싸고 편리한 전기의 사용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면서 “아무리 전기요금을 국가가 통제한다고 하지만,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것은 과소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가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만큼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국민도 전기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아껴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산업용 전기만 두 차례에 거쳐 9.6% 올린 것은 전기 원가 수준의 90%도 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최근 한전이 요구한 13.1%보다 전기요금을 더 올려 전기 사용량을 대폭 줄이고 남는 재원은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쓰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처럼 현실성을 들어 요금 인상을 주장했다.

●“주택·일반용 요금도 올려야”

산업계도 전기요금 인상에 반발하다가 ‘전력 대란’ 우려에 한발 물러서며 ‘조건부 현실화’를 제안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18개 경제단체는 이날 전기요금 현실화의 선결 과제로 ▲산업용만이 아닌 주택용, 일반용 등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 현실화 ▲원가회수율의 근거 공개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요금 인상 계획 등을 제시했다.

산업계는 앞서 한전이 요구한 13.1%는 아니더라도 6~9%의 전기요금 인상을 점치며, 에너지 절감 방안을 재점검하고 있다. 또 인상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이 에너지 낭비를 막는 절대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반발도 여전하다. 그 근거로 휘발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소비량이 도리어 계속 늘면서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잃은 이전의 사례를 들었다. 차정환 에너지시민연대 부장은 “휘발유값에서 볼 수 있듯이 전기요금을 무작정 올린다고 소비량이 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먼저 정부가 정책적으로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국민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수조원대의 적자를 내는 한전에서 요금 인상으로 만성적자를 만회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한전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 기본이고 투명한 요금 인상이 될 수 있도록 공청회 등도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2-05-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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