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국회, 무상보육 재앙 불러놓고 정부 탓

국회, 무상보육 재앙 불러놓고 정부 탓

입력 2012-07-07 00:00
업데이트 2012-07-08 10:0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무상보육 신규수요 대비없이 예산 졸속 배정..이제와 “정부 반성해야”’분담’의무 지자체도 “예산없다” 손 들어..무려 약 9천억원 ‘펑크’

올해부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0~2세 영유아 가구에 보육료를 지원하는 이른바 ‘무상보육’이 시작됐으나, 시행 넉 달만에 재원 부족으로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국회, 정부, 지자체간 ‘책임’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 경우 작년말 예산 처리 과정에서 무상보육 후 늘어날 수요에 대한 예측도 없이 표만 의식해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끼워놓고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장본인’임에도, 이제와서는 정부에 책임을 떠넘겨 빈축을 사고 있다.

◇ 무상보육 예산으로 정부 2천400억원,지자체 6천200억여원 손 벌려야 할 판 =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0~2세 무상보육(보육료 지원)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모두 1조9천억원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금 현재 추세라면 10~11월께 이 예산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필요한 추가 예산은 약 2천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0~2세 무상보육 대상이 소득하위 70%에서 전 가구로 확대되면서 국회는 관련 예산(국비)을 당초 정부의 예산안보다 3천698억원 늘렸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도 이보다 조금 많은 3천788억원을 함께 부담해야한다.

만약 정부 예산이 예비비 등을 통해 2천400억원 다시 추가되면, 시도나 기초지방자치단체 등 지자체의 무상보육 재원 역시 ‘매칭(분담)’ 원칙에 따라 비슷한 규모로 또 늘어나게 된다.

결국 지자체는 6천200억여원(3천788억+2천400억여원)의 재원을 올해 확대된 무상보육을 위해 새로 편성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대부분 예산 마련이 어렵다며 국비 보조를 호소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최근 서초구처럼 예산 소진을 이유로 무상보육에서 손을 놓는 지자체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재 부족한 0~2세 무상보육 재원은 정부 예산 2천400억원, 지자체 6천200억여원 등 거의 9천억원에 이른다.

여당은 지자체 부족분 6천200억여원도 예비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정부 추가 예산(국비) 2천400억원만 예비비로 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재정법이나 보조금관리법 등에 따라 국고보전사업의 경우 지자체도 다른 예산보다 우선적으로 국고와 비슷한 규모로 나눠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우선 이 법을 충실히 지켜 재원을 마련해보라는 뜻이다.

복지부의 경우 절충적 입장으로, 새로 필요한 정부 예산 2천400억원과 작년말 이미 추가된 정부 예산(3천698억원)에 대응하는 지자체 예산(3천788억원)만이라도 우선 예비비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 왜 9천억원이나 부족?…무상보육 신규수요 고려 안한 국회와 소극적 대응한 지자체도 문제 = 그렇다면 무상보육에 필요한 돈이 왜 이렇게 부족한 것일까.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말 국회 예산편성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는 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안(소득하위 70%)과 달리 무리하게 직접 0~2세 무상보육 확대(전 가구) 예산을 집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소득하위 70%에 속하지 않아 부모 보육료 바우처(가구에 직접 지급)를 받지 못하고 기본보육료 지원(보육시설에 지급)만 받는 19만명을 단순히 더해 추가 소요 예산을 계산했다. 그 결과 증액된 예산 규모가 3천698억원이다.

그러나 0~2세도 보육시설에 보내면 돈을 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동안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던 부모들까지 당연히 아이들을 시설에 보내기 시작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0~2세는 65만명 정도였으나 올해의 경우 78만명으로 13만명이나 늘었다. 국회가 예산 처리 과정에서 이 무상보육 추가 수요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니, 대규모 예산 부족 사태는 사실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예산 편성에 나서지 않는 지자체도 문제다. 지방재정법이나 보조금관리법 등은 보육료와 같은 국고보전사업의 경우 지자체 역시 다른 예산보다 우선적으로 국고와 비슷한 규모로 나눠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16개 시도 가운데 정부 추가 예산에 대응해 추가 보육료 재원을 배정한 곳은 한 곳도 없고, 200개가 넘는 시군구 가운데서도 단 70개 정도만 시비 등에서 관련 예산을 확정한 상태다.

◇ 이한구 “정부 반성해야”..복지부 “반대할 땐 듣지도 않더니” = 이처럼 0~2세 무상보육 확대가 당장 총선을 앞두고 표를 쫓아 무리하게 밀어붙인 자신들의 작품임에도, 국회는 반성이나 사과 한 마디 없이 정부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0~2세 무상보육은 지난 4월 새누리당 총선 공약에도 포함된 바 있다.

그럼에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보육 중단 위기에 대해 “이런 상황까지 간데 대해 정부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하루빨리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말 우리 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소득하위 70%만 0~2세 무상보육 대상이었고, 국회가 전체 가구 확대를 주장할 때도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0~2세 연령층을 고려할 때 무상보육을 확대하기 보다는 그런 예산 여력이 있다면 차라리 가정 보육 아이를 위한 양육수당 대상을 늘리거나 3~4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여러 차례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는 전혀 말을 귀담아듣지 않다가 이제와서 책임을 정부에 모두 돌리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