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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처럼, 홍대처럼” 전통시장의 변신

”마트처럼, 홍대처럼” 전통시장의 변신

입력 2012-07-07 00:00
업데이트 2012-07-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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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현대화한 군산공설시장…매출 두배 늘어청년 장사꾼 둥지 튼 전주남부시장…유동인구·매출 20%↑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전통시장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형마트 못지않은 편의시설을 갖추고 활로를 모색하거나 20·30대의 청년 장사꾼들과의 상생을 통해 젊은 시장으로 거듭나는 곳이 등장했다.

전북 군산시의 군산공설시장과 전주시의 남부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마트형 전통시장으로 재개장… 시설 현대화 후 매출 갑절로 = 5일 오후 전라북도 군산시에 있는 군산공설시장.

시원한 에어콘 바람, 카트를 밀고 다니며 무빙워크로 1·2층을 오가는 손님들의 모습이 일반 대형마트와 다를바 없었다.

”두어개만 더 얹어줘.” 자두를 사던 주부의 말에 과일가게 주인은 “아이고, 그러면 남는 게 없다”고 너스레를 떨며 봉투에 자두 세 개를 더 담아 건넸다.

흥정하는 소리가 방앗간의 참기름 냄새, 막 달인 한약 냄새가 섞여들어 이곳이 전통시장임을 알렸다.

90년 역사의 군산공설시장은 지난 3월16일 마트형 전통시장으로 재개장, 대형마트에 도전장을 던졌다.

군산에 이마트, 롯데마트가 들어선 후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든 뒤 나름의 살길을 모색한 것이다. 시비와 국비 290억원을 투입해 시설을 현대화하고 여성을 위한 문화시설을 마련했다.

재래시장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주차장(488면), 쇼핑카트도 갖췄다. 화장실과 유아놀이방은 깨끗했다. 쉴 수 있는 긴 의자도 곳곳에 보였다.

3층짜리 건물에 모두 282개의 점포가 입점했다. 1층에는 식품류와 마트형 슈퍼가, 2층에는 의류·잡화 매장이 들어섰다. 매장 배치는 세부상품군별로 달리했다.

시장은 재래시장 고유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에 없는 방앗간, 대장간, 약재상 등 특화 점포를 1층에 배치했다.

재개장 4개월째. 시장 매출은 배로 늘었다. 평균 매출은 평일엔 5천만원, 주말에는 7천만~8천만원이다. 여기에 대형마트 의무휴점 조치가 매출을 20~30% 더 늘게했다. 시장이 연매출 158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군산시는 보고있다.

군산시 기업경제과 김용구과장은 “군산에서 연간 2천300억여원을 벌어들이는 이마트, 롯데마트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며 “하드웨어는 갖췄으니 서비스교육, 품질관리 등 소프트웨어를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해결할 과제도 많다. 시누이 소개로 처음 시장을 찾았다는 전만순(52.주부)씨는 “시설은 확실히 좋아졌는데 품질 수준은 여전히 마트에 뒤떨어지는 것 같다”며 “주부들은 아무리 싸도 물건이 좋지 않으면 대형마트에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대를 이어 방앗간을 운영하는 나포기름집 김희자(42)씨는 “(시장특성이)마트와 재래시장 사이에 끼어 애매해졌다고 느끼는 손님들이 많은 것 같다”며 “재래시장 맛이 안난다고 안타까워하는 단골들도 있다”고 말했다.

◇2030 청년상인 둥지튼 뒤 전주의 명소로 진화 = 같은날 전라북도 전주시 남부시장. 입구로 들어서자 채소, 젓갈, 신발 등 보통 전통시장에서 볼 수 있는 좌판이 이어졌다.

’레알 뉴 타운 이층 청년몰’이라 적힌 간판에 이르자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보였다. 피아노 건반처럼 칠을 한 계단과 홍대나 신촌에 있을 법한 독특한 벽화가 눈을 즐겁게 했다.

2층에 다다르자 12개의 점포가 미음(ㅁ)자 형태로 둘러서 있었다. ‘미스터리상회’, ‘범이네식충이’, ‘같이놀다가게’ 등 가게 간판이 범상치 않았다.

이곳은 지난 5월 문을 연 남부시장 청년몰이다. 남부시장은 호남권 최대의 재래시장이었지만 역시 대형마트에 밀려 상권이 쇠퇴한 곳이었다. 20·30대 청년 17명이 비어 있던 남부시장 2층에 모여 가게를 열었다. 청년 창업을 돕는 사회적기업 이음이 이들을 지원했다.

청년몰의 면면은 개성이 넘쳤다. 고민을 들어주는 칵테일바, 식충식물 전문점, 재활용 디자인 전문점, 보드게임방, 고양이를 주제로 한 손흘림(핸드드립) 커피점 등 다양했다. 토요일 오후 5~10시에는 야시장(1·3주)과 파티(2·4주)가 열린다.

청년몰이 생긴 후 매출은 20% 증가했다. 유동인구도 늘어 주말에는 약 1천500명이 남부시장을 다녀간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로 활발히 홍보를 한 덕에 젊은이와 전주를 찾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하현수 남부시장 상인회장은 “청년몰이 생긴 뒤 주말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특히 한옥마을에 오는 관광객들 가운데 시장을 들르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 이후로 시장을 처음 와봤다는 대학생 박지인(22)씨는 “전통시장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자주올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상인과 터줏대감 상인과의 관계도 끈끈하다. 청년들은 장사 경력이 오래된 상인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하고 풍물교실을 열어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시장에서 50년째 쌀집을 하는 장현기(79)씨는 “청년들이 오고 나서 시장에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져서 좋다”며 “젊은 후배들이 기특해서 단골들한테 청년몰에 가보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청년몰은 우리 시장의 성장 동력”이라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청년들과 협력해 옛 명성을 꼭 되찾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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