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560억 대선용 펀드 법적문제없나?

560억 대선용 펀드 법적문제없나?

입력 2012-07-08 00:00
업데이트 2012-07-08 11:5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오는 12월 19일 실시하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용 펀드가 조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재작년 유시민 펀드를 시초로 만들어진 선거용 펀드는 지방단체장이나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자금을 모으는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런 만큼 이번 대선에 최초 대선용 펀드의 등장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용 펀드는 기존 선거용 펀드보다 규모가 크고 참여자가 늘어나는 만큼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선거용 펀드 돈과 조직 모두 얻어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선거용 펀드는 지난 2010년 6ㆍ2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당시 경기지사 후보가 처음 도입한 이래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교육감 선거에서 응용됐다. 30여 명이 그동안 150억원을 모금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모금 방식은 합법적인데다 별다른 규제가 없다. 지지층을 대규모로 결집하고 사회적인 이슈를 창출하는데 후보자들에게 크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앞으로 각 정당에서 최종 대선 후보자를 결정하면 본선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펀드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39억원의 ‘박원순 펀드’를 조성했던 실무진을 상대로 이미 여러 대선 캠프가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실무진 측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펀드를 통해 돈도 조직도 다 얻었다. 펀드를 통해 돈을 모으고 마음을 얻기도 한다. 참여자들이 곧 지지조직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돈 가는 곳에 표심도 따라가는 셈이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펀드의 안정성을 위해 선거가 끝나면 정부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는 법정 선거비용 내에서 펀드를 조성해왔다.

올해 대선 후보자 1인당 법정 선거비용 최고액은 559억7천00만원이다. 이 한도까지 펀드를 조성한다면 선거용 펀드 역사상 최초로 560억원짜리 대형 펀드가 조성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와는 달리 자금의 규모가 10배 이상 큰 대선에서는 펀드 모금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선거공영제 도입 이후 법정 선거비용 전부를 돌려받기 어려운데다 통상적으로 보장하는 연 4~6% 이자를 대선 후보 혼자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 측은 “작은 규모의 선거면 몰라도 대선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유시민 펀드 시초…강용석 펀드는 대실패

선거용 펀드는 ‘유시민 펀드’가 시초다. 2010년 6ㆍ2 지방선거 당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해 41억원을 48시간 만에 모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약정한 이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였던 2.45%였다.

유 후보는 낙선했지만,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줬다.

그해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광장 사이버 분양’이라는 이름으로 모금을 시도했지만, 목표액 13억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다 작년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거용 펀드는 다시 한 번 대성공을 거뒀다.

시민운동 모금 전문가인 박원순 후보는 CD금리인 연 3.58% 수익률을 제시하며 47시간 만에 법정선거비용 38억8500만원을 모았다.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더 많은 정치인이 선거용 펀드를 조성에 나섰다.

강기갑, 강용석, 엄태영, 홍성규, 이윤성, 이부영, 이혁진, 김영환, 박수현, 오병윤, 김선동, 한창구, 홍원식, 양홍관 후보 등이 최고 6%의 이자를 제시하며 국회의원 법정선거비용인 1억5천만원~2억원을 모금했다.

이중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후보들은 몇 시간 만에 모금을 마쳤다. 하지만 득표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후보들은 목표액 달성에 실패한 예도 있다.

‘강달프 펀드’를 5시간30분 만에 마감했던 강기갑 통합진보당 후보는 비록 낙선했지만 21.1%의 득표율을 기록해 선거비를 100% 보전 받았다.

그러나 펀드를 4시간 만에 마감했던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선거에서 득표율이 4.3%에 그쳐 후보자 본인이 투자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강 전 의원 측은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모두 돌려 드렸지만, 고액 투자자들에게는 상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투자자들과 협의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전부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윤성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수익률 5%를 제시해 2억원을 모집했지만, 득표율 12.3%로 낙선해 선거비용의 50%만 보존 받게 되면서 사비를 털어 투자금을 상환하게 됐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예비후보와 엄태영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각각 2억원과 2억7천만원을 모금했지만, 중도에 출마를 포기하면서 선관위로부터 비용을 보전받지 못했다.

◇ 관계당국 “아직 문제 없지만..”

금융감독당국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아직은 선거용 펀드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용 펀드가 조성된다면, 지금까지와는 돈이나, 참여자 면에서 규모가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용 펀드는 정치인의 신용을 담보로 만드는 것이기에 아직 안 갚아 문제가 된 경우는 없다. 대선용 펀드가 만들어진다면,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이 정치 생명을 걸고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혹시 피해사례가 생긴다면 제도개선 사항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용 펀드는 이름에 펀드가 들어가 있지만, 실제로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공개차입이다. 선거자금의 공개차입은 관련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자본시장법으로 규제되는 금융상품 펀드(집합투자기구)와는 다르다.

펀드는 두 명 이상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해 모은 자금을 주식이나 채권 등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운용해 이익이나 손실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투자기구를 말한다. 하지만, 현행 선거용 펀드는 공개차입한 자금을 바로 쓰는 형태기 때문에 펀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선거용 펀드를 유사수신 행위 규제법을 근거로 살펴보면 또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유사수신행위란 당국의 인·허가를 받거나 등록 신고를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말한다.

선거용 펀드는 영리 목적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어서 유사수신행위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원금과 초과수익을 보장하는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정선거비용 보전을 근거로 자금을 모으지만, 득표율이 미진하면 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수 있고, 이 경우 선거용 펀드를 모은 사람이 사비로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사수신행위인지 판단할 때는 원금을 보장하고, 초과수익을 약속하느냐가 관건이다. 원금과 초과수익을 명확히 약정했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공개모집한 경우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