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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금리 인하...’경기악화·가계부채 때문’

전격 금리 인하...’경기악화·가계부채 때문’

입력 2012-07-12 00:00
업데이트 2012-07-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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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다는 증거다.

최근 상황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계속되고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며 국내 경기까지 침체에 빠지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이 13개월 만에 ‘금리인하의 큰 칼’을 빼들었다. 경기 악화가 좌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단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고 보고 있다. 추경과 함께 금리 조정이 경기부양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 터널 속 유럽…세계 경기 침체 끝 안 보인다

침체의 원인은 그리스에서 시작한 유로존 재정위기다. 유럽연합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실질적 해결이 늦어지며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ECB)이 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는 여전하다.

마이너스(-) 국채가 그 예다. 지난 9일 독일과 프랑스는 6개월 만기 국채를 마이너스 0.03~0.06% 금리에 발행했다. 투자자가 6개월 후에 오히려 돈을 떼이고 되받는 식이다. 합쳐서 90억 유로가 넘게 팔렸다. ‘지금 같아선 이 정도만 떼어도 선방’이란 인식이다.

실물경기 역시 좋지 않다. 유로존의 성장률은 1분기 0.0%에서 2분기 마이너스 전환이 점쳐진다. 실업률은 5월에 11.1%를 기록해 전달의 사상 최고치를 뛰어 넘었다.

미국과 중국 역시 허덕인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 2.4~2.9%에서 6월 1.9~2.4%로 하향조절했다.

그동안 선방했던 고용도 꼬꾸라졌다. 민간부문의 신규고용은 6월 8만4천명 늘었다. 10개월 만에 최저다. 5월 8.2%로 상승 반전한 실업률은 지난달에도 같은 수준을 이어갔다.

중국도 이달 5일 1년 만기 예금 금리를 0.25%, 대출금리는 0.31% 내렸다. 한 달 새 2번째 인하다. 강력한 추가 경기부양책도 시사했다. 현재 중국 성장률이 목표치 7.5%에 못 미치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국내 경기도 적신호…물가에 자신감 얻었다

국내경기도 적신호가 곳곳에 켜졌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흑자규모가 급감했다. 특히 EU로의 수출은 16.0%나 줄었다. 중국으로는 1.2% 감소했다.

수출이 줄자 기업의 심리도 급랭했다. 지난달 조사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제조업 업황전망BSI는 84로 2포인트 떨어졌다. 수출ㆍ내수기업의 업황전망 역시 모두 하락했다.

기업이 움츠리자 고용은 줄었다. 6월 취업자 증가 폭은 40만명 아래로 나타났다. 9개월 만에 최저다. 민간 소비 악화 역시 예고된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물가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하락했다. 이에 따라 13일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에서 한은은 이미 끌어내린 경제성장률 전망치 3.5%를 한 번 더 하향조정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3.19%까지 내려가는 등 기준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까지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정상화’를 외쳤던 금통위가 금리를 내리리란 기대가 고조됐다.

결국 금통위가 칼을 빼들었다. 날로 악화하는 대외 경제가 우리 금융ㆍ실물경기에 끼치는 영향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하 결정은 그동안 금통위의 발목을 잡았던 물가 상승률이 도왔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다. 4개월 연속 2%대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에 다소 여유가 생긴 것이다.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 역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6월엔 3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1% 아래로 내려갔다.

ECB와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도 한몫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미국은 사실상 제로(0)금리이고 중국과 ECB가 기준금리를 낮추는 상황에서 우리만 가만있으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셈”이라며 “통화정책의 왜곡을 피하고자 다른 나라와 발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카드 던진 한은의 고심

한은의 결정은 경기 부양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추경과 기준금리는 금융당국이 쥔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며 “경제에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겠다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정부가 상반기에 예산을 조기 집행해 하반기 경기를 부양할 힘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모건 스탠리는 정부가 상반기에 60%를 넘는 예산을 집행한 점을 들어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남은 예산으로는 경제 안정을 도모하기에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8조5천억원 규모의 부양책도 규모가 너무 작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른 카드인 추경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 시간이 걸린다. 결국 금리란 칼을 써야 할 시기란 것이다.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 효과와 함께 가계부채 문제에도 도움될 것 보인다. 현재 가계부채는 1천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중 100조원이 올해 만기다. 특히 10% 이상 고금리 가계대출의 비중은 금융위기 수준이다.

임 연구위원은 “기준 금리가 인하하면 단기금리가 내리고 시중금리에도 하락 요인이 된다”며 “빚을 갚아야 하는 가계에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금리 인하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선 기대인플이션율이 걱정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함께 한은의 금리 조절에 발목을 붙잡는 주요 원인이었다. 이달도 6월 3.7%로 물가상승률(2.2%)을 크게 웃돌았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 때문에 금리 인하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IMF 연례보고서도 “정책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세계경제 약세와 불확실성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금리 동결을 권고했다.

금리 인하로 정책 여력은 줄어들었다. 임 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금리수준 낮은 상태에서 더 인하하는 것은 오히려 통화정책 효력을 축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경기가 더 악화할 때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금통위 회의에서는 “정책여력을 더 확보하도록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가계부채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더 많은 대출 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임 연구위원은 “오히려 가계부채가 점점 쌓일 수 있다는 점을 금통위가 고려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인하를 단행한 것은 동결보단 이점이 많았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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