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들도 양극화…외부충격에 취약한 구조

재벌그룹들도 양극화…외부충격에 취약한 구조

입력 2012-09-05 00:00
업데이트 2012-09-0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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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상장사 전체의 70%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로는 유럽 재정위기가 지목된다.

재정위기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그나마 이익을 올리면서 영업이익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받은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는 이들 그룹의 선전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갈수록 재벌사들로 경제력이 집중되고 있을 뿐아니라 재벌그룹들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대 그룹 중에서도 사실상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일부 수출 그룹을 제외하면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했다.

전문가들은 IT, 자동차 등 특정 분야에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대외여건에 따라 국가 경제가 심하게 흔들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독점적 구조에서 실적이 부실해진 대기업들이 하청업체들에 대한 압박을 통해 이익을 만회하려 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의견이 나왔다.

◇ 10대그룹 선전에 재정위기 충격 완화

6일 한국거래소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1천518개 상장사(12월결산ㆍ금융사제외)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5조6천5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3.0% 줄었다.

순이익은 33조4천549억원에서 28조4천842억원으로 14.9% 감소했다.

반면, 10대 그룹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4%, 0.2% 늘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0대 그룹의 선전이 재정위기 극복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KDB대우증권 구용옥 연구원은 “냉정히 보면 외부충격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생겼다는 점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면서 “그나마 그런 기업이 없었다면 한국경제가 상당히 많이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작년 실적이 나빴던 만큼 10대 그룹의 올해 선전에는 어느 정도 ‘착시효과’가 반영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한금융투자증권 윤창용 연구원은 “작년 실적이 매우 안 좋았던 만큼 10대 그룹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비교 연도의 수치가 낮아서 올라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0대 그룹의 선전이 독점적 구조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유진수 교수는 “재벌 전체가 좋았다기보다 특수한 몇 개 계열사가 좋은 결과를 낸 것인데 이것이 높은 경쟁력 때문인지, 아니면 근로자와 거래기업을 압박한 결과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이기웅 간사는 “독과점 시장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재벌들이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불황이든 호황이든 이익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10대 재벌끼리도 양극화 심화

10대 재벌들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했다. 삼성과 현대차 두 개 그룹의 영업이익은 전체 상장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그룹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1조6천6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9.8%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영업이익은 6조4천153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반면 LG그룹(-4.5%), SK그룹(-31.3%), 롯데그룹(-37.5%), 현대중공업그룹(-49.4%), GS그룹(-47.8%) 등 나머지 8개 그룹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줄었다. 한진그룹은 2천588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룹별 영업이익이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그룹은 작년 6월 17.8%에서 올해 6월 32.6%로 14.8%포인트, 현대차그룹은 14.0%에서 18.0%로 4.0%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반면, 나머지 8개 그룹의 영업이익이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6월 25.9%에서 올해 6월 20.0%로 5.9%포인트 하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위기 이전 두 그룹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이 이러한 차이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IT와 자동차 분야의 실적이 좋은 것은 금융위기 이전에 해외투자 및 제품개발투자를 적극 실행했던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총수의 리더십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내놨다.

유 교수는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전화에서 많은 수익을 냈는데 그렇게 보면 경영진의 능력과 리더십이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실제 LG전자는 실적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 연구원은 이에 대해 “기업은 주먹구구식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갖고 투자를 한다”면서 “결과론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 문제”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할 경우 IT, 자동차 등 일부 수출 산업에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지나치게 편중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외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대외여건 변동에 따라 국가경제 전체가 춤을 추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윤 연구원은 “일부 수출기업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내수에서는 그만큼 실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내수의 안전판 역할을 못하므로, 대외여건에 따라 한국경제가 출렁이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 연구원도 “경기 상황을 볼 때 일부 업종의 선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몇 개 산업만으로는 경제 전체에 미치는 산업 유발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사익추구’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기웅 간사는 “10대 그룹 내에서조차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하청업체에 대한 수탈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여건이 나빠진 만큼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 관행과 중소기업 기술 빼가기 등의 행태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간사는 “상대적으로 큰 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계속 심해지는 것이 문제”라며 “재벌의 경제규모 확대가 어느 정점에 올라 성장도, 고용도, 수익분배도 제대로 안 되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만큼 지금부터라도 점진적 분할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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