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아라.’ 추석이 코앞인데 불황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 간다. 그래도 그동안 굳게 닫혔던 지갑이 민족 대명절을 앞두고 조금씩 열리는 모양새다. 한 대형마트 조사에서 절반 가까운 응답자들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추석에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보내겠다고 답했지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까지는 거두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선물 예산은 20만~30만원 정도. 선물 개당 선호 가격대는 3만~5만원대로 예년에 비해 낮춰 잡았다. 어쩔 수 없는 불황의 여파다.
두둑한 봉투를 쥐어 주지 못하는 기업들도 이번 명절 이 가격대의 생필품 세트에 눈을 돌렸다. 이에 발맞춰 유명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몰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추석선물로 5만~10만원대 중저가 선물세트를 대폭 늘리고 실속파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한 대형마트는 고가 선물의 대명사였던 굴비세트를 4만원대에 내놓기도 했다.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불황이 좋을 리 없지만 화려한 외양보다 꽉찬 속을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도 하다. 이번 명절에는 보기보다 속이 실한 감사의 선물을 추천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2-09-19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