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우려에 긴급처방…‘연결 LTV’도 본다

‘깡통주택’ 우려에 긴급처방…‘연결 LTV’도 본다

입력 2012-09-20 00:00
업데이트 2012-09-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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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ㆍLoan To Value ratio) 상한선을 넘은 대출이 계속 늘자 당국이 재차 ‘긴급처방’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에도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을 적용하고 은행과 제2금융권이 공동으로 경매유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최근 LTV 초과 대출을 상환받는 대신 장기 분할상환 대출이나 신용 대출 등으로 전환하도록 한 것에 이은 후속 조치다.

이들 제도는 정부에 기대지 않고도 금융권 스스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자는 상황 인식에서 내놨다.

아직 ‘가계부채 대란’이 닥쳤다고 수선을 떨 일은 아니지만,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상황을 진정시키고 시간을 벌자는 의도가 담겼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일 “면밀한 실태 분석이 우선”이라며 “그러나 그전에라도 할 수 있는 조처는 하는 게 낫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LTV 기준(수도권 50%, 지방 60%)을 초과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6월 말 48조원이다. 3개월 전보다 4조원(9.1%) 늘었다.

이 추세라면 LTV 초과 대출은 연말에 60조원까지 육박한다. 그만큼 ‘깡통주택’과 ‘하우스푸어’가 많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하우스푸어 문제가 ‘C-LTV(Combined Loan To Value ratio)’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연결 담보가치 인정비율’로 해석할 수 있는 C-LTV는 기업회계에서 계열사의 자산ㆍ부채 등을 모두 고려하는 연결재무제표와 비슷한 개념이다.

대출금을 담보가치(집값)로 나눠 LTV를 구할 때 은행에서 빌린 선순위 대출과 제2금융권에서 빌린 후순위 대출을 모두 대출금으로 잡는 방식이다.

8억원짜리 집을 사면서 은행에서 3억원을 선순위 대출로 받고, 돈이 모자라 1억 원을 후순위 대출로 더 끌어온 A씨의 예를 들어보자.

집을 살 당시 그의 은행권 LTV는 37.5%(3억/8억), C-LTV는 50.0%(4억/8억)다. 어떤 경우라도 당국이 정한 상한선(수도권 50%, 지방 60%)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집값이 6억원으로 내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은행 LTV는 50.0%(3억/6억)가 돼 아직 안심할 수 있지만, C-LTV는 66.7%(4억/6억)로 위험 수위를 넘는다.

집을 경매에 넘겨도 경락률 70%를 가정하면 A씨는 3억5천만원만 건진다. 대출금조차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되고, A씨는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70%대 중후반이던 경락률이 최근에는 71~72%까지 내렸다”며 “C-LTV가 높은 사람은 하우스푸어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C-LTV뿐 아니라 전체적인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꼼꼼히 따지기로 했다. 추가 대책이 논의되려면 먼저 밑그림이 충실하게 그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애초 수도권에만 한정하려던 조사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지역별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자의 평균 LTV와 가구 수, 주택 실거래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LTV와 더불어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 지표인 총부채상환비율(DTIㆍDebt To Income ratio)도 비율의 구간별로 금액과 대출자를 파악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DTI와 LTV를 교차 분석, DTI와 LTV가 동시에 높아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가장 큰 대출자를 먼저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집값과 소득에 견줘 대출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추려 그 규모와 상황에 맞는 대책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고강도 대책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에서 추진하는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임대)’도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하려면 정부 당국의 개입과 지원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 제도의 활성화에는 은행의 자금 마련과 보증이 필수적인데, 정부 지원이나 개입이 없는 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의 주택 지분을 정부가 떠안거나 배드뱅크 같은 기구를 만들어 공적 재원을 넣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꼼꼼한 실태 조사를 마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금융위와 금감원은 조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정이 들어가는 순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정부 지원은 최악의 상황에 쓸 마지막 카드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야 대선주자가 모두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의 해법을 공약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여 당국의 이 같은 정책 방향도 궤도를 다소 수정할 여지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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