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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용산의 꿈(상)] 대주주 이권싸움에 날 새고 돈줄은 막히고… 출구 없는 용산

[꺼져가는 용산의 꿈(상)] 대주주 이권싸움에 날 새고 돈줄은 막히고… 출구 없는 용산

입력 2012-10-05 00:00
업데이트 2012-10-0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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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 좌초위기 왜

장밋빛 꿈에 부풀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골칫거리가 된 이유는 뭘까. 우선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더라면 아파트나 빌딩 등의 분양 전망이 밝아 투자자가 몰려 사업이 빠르게 진행됐겠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필두로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이 구도가 흐트러졌다. 하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의 표류를 부동산 경기 침체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이 사업에 참여한 기관이나 경영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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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공사 대금 미납으로 토지오염 정화 작업이 중지된 서울 용산구 철도정비창 부지가 황량하게 방치돼 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지난달 3일 토지오염 정화 공사 대금 271억원이 미납되자 용산국제업무지구 기반 공사를 중지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4일 공사 대금 미납으로 토지오염 정화 작업이 중지된 서울 용산구 철도정비창 부지가 황량하게 방치돼 있다.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지난달 3일 토지오염 정화 공사 대금 271억원이 미납되자 용산국제업무지구 기반 공사를 중지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이 사업이 부도 직전의 위기에 몰린 것은 개발 방식과 자본 조달 등을 둘러싼 주주들의 반목에다 무능한 경영진, 책임의식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일부 주주들의 욕심 때문이다. 4일 용산역세권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과 관련, 주요 대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개발 방식이나 자본 조달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전체 사업이야 어떻게 되든 자사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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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기로 부동산시장 꽁꽁

자본 조달과 관련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한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 출자사들의 모임이자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드림허브)의 1대 주주 코레일(25%)은 자본금을 1조 6000억원 늘리는 안을 지난 6월부터 드림허브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현재 1조 4000억원 규모인 수권 자본금을 3조원대로 확충해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증자 계획은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15.1%)의 반대로 번번이 가로막혔다. 롯데관광개발은 당초 계획대로 건설 예정인 오피스빌딩을 담보로 5조 6000억원의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롯데관광개발이 증자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증자 이후 자신들의 지분이 감소해 소액주주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드림허브에 1500억원 이상을 출자한 롯데관광개발은 추가 투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사업 진행 방식에서도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2016년까지 일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코레일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사업계획을 2020년까지 늘려 순차적으로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코레일은 지난달 롯데관광개발이 삼성물산으로부터 인수한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을 내놓으라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2010년 삼성물산이 코레일과의 갈등으로 용산역세권개발에서 발을 빼면서 지분 45.1%를 내놓자 롯데관광개발은 ‘투자자가 나설 때까지’라는 조건으로 이 주식을 받았다. 이에 따라 롯데관광개발의 용산역세권개발 지분은 70.1%로 늘어나 대주주가 된 상태다. 코레일은 이 45.1%를 롯데관광개발이 내놓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용산역세권개발의 1대 주주임을 앞세워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진의 무능도 용산국제업무단지 개발의 발목을 잡는 데 한몫했다. 2010년 10월 용산역세권 개발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해춘 대표이사 회장은 취임 초 화교 등의 자본 유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취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그가 약속한 외자 유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전문 경영인으로서 실력을 발휘해 양대 주주 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거나 사업 방향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억원이 넘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박 회장에 대해 “외자 유치를 위해 부른 구원투수가 등판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혹평했다.

●허가권 쥔 서울시도 ‘불구경’

다른 투자자들과 서울시도 책임이 있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4.9%의 드림허브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서울시는 사업에 필요한 각종 허가권을 손에 쥐고 있다. 재무·건설 투자자들도 나무 아래서 홍시 떨어지기만 기다리기는 마찬가지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2012-10-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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