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화제] ‘취미를 마케팅으로’ 목옥균 외환銀 안산지점장

[주말화제] ‘취미를 마케팅으로’ 목옥균 외환銀 안산지점장

입력 2012-12-15 00:00
업데이트 2012-12-1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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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 치약세트·수건 대신 삼행시 지어 선물했다… 꼴찌 지점이 1등이 되었다

2009년 2월 외환은행 동수원지점에 부임한 목옥균(51) 지점장은 고민에 빠졌다. 치약 세트나 수건을 들고 고객을 찾아가자니 너무 상투적인 취임 인사같아서였다. 문득 ‘삼행시’가 떠올랐다. 평소 취미삼아 지어보곤 해 ‘작명’은 자신 있었지만 고객들이 좋아할지 자신이 없었다. 중견기업 여사장을 찾아가던 날, 용기를 내 그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액자에 넣었다. 여사장은 기대 이상으로 좋아했다. 목 지점장은 ‘이거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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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마케팅’으로 꼴찌였던 지점을 1등으로 끌어올린 목옥균 외환은행 안산지점장. 지점장실 한쪽 벽면은 그가 지은 삼행시로 빼곡했다.
‘삼행시 마케팅’으로 꼴찌였던 지점을 1등으로 끌어올린 목옥균 외환은행 안산지점장. 지점장실 한쪽 벽면은 그가 지은 삼행시로 빼곡했다.
●집무실엔 삼행시 1000여개… 직원에도 선물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객에게 ‘갖다 바친’ 삼행시가 1000개가 넘는다. 14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외환은행 안산지점에서 만난 목 지점장은 “취미생활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 될 줄 몰랐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지점장실의 한쪽 벽면에는 삼행시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그는 지난해 동인지 ‘행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삼행시 시인이기도 하다. 목 지점장은 “액자값까지 해도 1만원이 채 들지 않는데 받는 분들은 몇 십만원짜리 선물 이상으로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즐거워하자 ‘돈’도 따라 들어왔다.

그가 부임할 때까지만 해도 12개 평가그룹 가운데 최하위였던 동수원지점은 그해 말 1위로 올라섰다. 이후로도 그는 ‘1등 지점장’ 타이틀을 세 번이나 거머쥐었다. 목 지점장은 “언젠가 한번은 우리 지점과 대출 1억원을 거래하는 중소기업에 회사 이름으로 대출 만기일에 삼행시를 지어줬더니 엄청 좋아하면서 만기를 연장하는 것은 물론 2억원을 더 갖다 쓰더라.”고 전했다. 지점장들에게는 예금 유치뿐 아니라 대출 거래를 늘리는 것도 큰 숙제다.

목 지점장은 “간혹 영어나 일본어로 된 회사의 삼행시를 지을 때가 가장 까다롭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고객들뿐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씩 뽑는 최우수직원(MVP)에게도 ‘아낌없이’ 삼행시를 지어준다. 목 지점장은 “꼭 전달하지 않아도 동료 직원들의 훌륭한 미담 사례를 접하면 저 혼자 삼행시를 지어 맘속으로 바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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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에서 도입해 하나금융그룹 전체로 확산된 ‘빨간 우체통’. 동료 직원의 칭찬 사연을 배달하는 창구다.
외환은행에서 도입해 하나금융그룹 전체로 확산된 ‘빨간 우체통’. 동료 직원의 칭찬 사연을 배달하는 창구다.
●‘빨간우체통’ 김정태 회장 지시로 전지점 도입

‘배달하지 않은 삼행시’는 그룹에서 운영하는 ‘빨간 우체통’ 사연에서 가장 많이 탄생한다. 빨간 우체통은 일주일 동안 서로 감사하거나 칭찬할 동료·선후배 직원이 있으면 그 사연을 적어 배달하는 수단이다. 일주일 단위로 부서장이 개봉해 사연을 공개하고 포상한다.

원래 지난 7월 외환은행 충청영업본부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제도인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전국 ‘현장 경영’ 때 이 얘기를 듣고 전 계열사에 도입할 것을 지시했다. 올 초 외환은행 인수로 한 식구가 된 만큼 서로의 좋은 사례는 적극 본받자는 취지에서였다.

하나은행과의 경쟁 때문에 힘들지 않으냐고 목 지점장에게 슬쩍 ‘찔러’ 보았다. “갈등요? 삼행시 짓기에도 바빠서 그런 것 몰라요. 하하.” 능청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아닌 게 아니라 다른 지점의 고객들에게까지 그의 삼행시가 입소문이 나 ‘배달 예약’도 적지 않아 보였다.

목 지점장은 ‘서울신문’ 머리글자로도 사행시를 지어주며 “기업이든 개인이든 고객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며 나름대로의 ‘삼행시 비결’을 소개했다.

글 사진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2012-12-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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