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조 지하경제’ 양성화 이번엔 성공할까

‘370조 지하경제’ 양성화 이번엔 성공할까

입력 2012-12-22 00:00
업데이트 2012-12-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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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FIU 정보 접근 확대가 성패 관건”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의지 강해 기대 크다”

1992년 출범한 문민정부 이후 여러 정부에서 야심 차게 시도했으나 번번이 좌초한 지하경제 양성화가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늘어나는 복지재원 확충과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내세운 대표적 공약 가운데 하나가 지하경제 양성화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국회 의정 활동 때 지하경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핵심 측근인 이한구 원내대표와 안종범 의원 등이 지하경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이 공약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의 추세를 봐도 검은 자금의 흐름을 더는 내버려 둘 수 없게 됐다.

’세금 꼼수’를 부리던 스타벅스, 구글 등 다국적 기업이 영국에서 충돌한 사례에서 보듯이 재정위기에 처한 선진국들의 과세강화 방침은 시대 조류다.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는 지하경제를 6%만 양성화해도 매년 1조6천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게 박 당선자 캠프의 추산이다.

새누리당은 고소득자영업자와 대기업 탈루소득에 과세를 강화함으로써 연간 1조4천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 둘로 5년간 15조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지하경제 규모 372조원 추정

지하경제란 국가의 공식적인 국내 총생산 측정 과정에서 보고되지 않거나 불법으로 이뤄지는 일체의 경제 행위를 일컫는다.

밀수, 매춘, 마약, 투기, 뇌물수수 등 범죄적 경제행위뿐 아니라 조세회피, 탈세 등 세무당국에 보고되지 않은 누락소득까지 이 범주에 들어간다.

지하경제에서 이뤄지는 탈세는 국가 세수 감소와 그에 따른 국민 부담 증가, 소득분배 악화, 사회적 감시 비용 증가, 근로의욕 저하, 사회 양극화 심화, 공직자 부패 등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9.2~28.8%로 추산된다.

오스트리아 빈츠대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가 발표한 자료로는 우리나라 지하경제는 27.6%로 미국(7.9%), 일본(8.8%), 영국(10.3%), 프랑스(13.2%) 등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GDP가 1천552조원 규모이니 지하경제를 24%로만 잡아도 372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지하경제 비중이 이처럼 큰 이유로 높은 현금 사용률, 소득 파악이 어려운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점, 고소득층의 낮은 납세의식, 부정부패, 사금융 발달 등이 꼽힌다.

정부는 문민정부인 1990년대 초반부터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을 폈다. 금융실명제를 시작으로 신용카드 사용 확대, 현금영수증 발급, 세금계산서 발급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강도 제도를 도입하고 보완했다.

◇ FIU 금융정보 접근 강화가 ‘핵심’

역대 정부의 온갖 노력에도 지하경제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실물과 돈이 함께 수반되는 실물거래에 비해 자금대출, 주식투자 등 돈만 오가는 금융거래가 많이 늘긴 했으나 과세인프라 체계가 여전히 실물거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세관청이 파악하는 실물거래는 연간 4천조원 규모이지만 국내 금융시장의 결제규모는 6경3천200억원으로 하루 평균 255조원이다.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3일 “실물거래 중심의 과세인프라 체계는 자료상, 현금거래 신고 누락 등 전통적·고질적 탈세와 갈수록 진화하는 신종·첨단 탈세에는 한계가 있어 금융거래 중심의 과세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 거래정보 접근은 범칙 조사와 범칙 혐의 확인을 위한 일반조사로 제한된다.

선진국에서는 과세관청의 금융거래 접근이 확산하는 추세다. 미국, 영국, 호주, 아일랜드 등 국세청이 FIU 정보망에 직접 접근할 수 있고 독일, 스페인 등 17개국은 금융기관을 통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호주는 FIU 자료를 근거로 2009년에만 약 3천100억원(한화)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 때문에 숨은 세원 양성화로 세수를 늘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국세청의 FIU 접근 강화를 시도한 적이 있다. 국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한구 의원을 중심으로 국세청이 FIU 거래정보를 과세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반론으로 논의 과정에서 보류됐다.

국세청은 박근혜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숙원인 FIU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FIU 정보에 좀 더 접근할 수 있어야 차명계좌, 차명주식 문제가 해결된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가 강하고 주변 정책브레인들도 금융 거래정보의 접근 강화 의욕이 크다”고 평가했다.

◇세무조사 역량과 제재 강화 노력도 병행해야

다른 보완점은 국세청 세무조사 역량제고와 불성실 납세의무자에 대한 제재 강화이다.

최근 탈세유형을 보면 자본의 국제거래를 이용해 조세피난처를 중심으로 한 역외 탈세가 늘고 있다. 역외 탈세 조사실적이 2008년 1천503억원에서 지난해 9천637억원으로 6배가량 증가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차명계좌 등을 통한 부의 대물림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국세청이 파악한 차명재산 규모만 3만2천건, 4조7천억원에 달한다.

가공의 거래로 현금을 빼돌리는 자료상·부정매입 세액공제 등 전통적인 탈세수법 역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세청의 세무조사 비율은 2010년 기준으로 법인 1.01%, 개인 0.1%로 각각 1.33%, 0.24%인 미국에 못 미친다.

세무조사 비율을 높이려면 국세청의 행정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국세청 조직확대와 활동강화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미국은 국세청 인력과 예산을 800명, 2천700억원 증액했고 영국 국세청도 올해 예산을 2천억원 이상 확대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감소를 막고 숨은 세원을 찾으려는 조치다.

무기장 거래, 조사불응, 정보제출 거부 등에 대한 과태료와 가산세 등 세금탈루와 관련한 제재수위도 높여야 한다. 미국은 탈세를 목적으로 한 악의적 무기장에 75%의 중가산세를 매기지만 우리나라는 20%이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탈세 실태와 효과적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국외양도소득 과세 때 거주자 요건 완화, 납세자 입증책임제 등을 도입하고 시민탈세감시단 활성화, 포상금한도액과 지급률 인상, 리니언시 도입 등 사회공동체와 협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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