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내년 경영방침은 긴축과 국외 진출

금융권 내년 경영방침은 긴축과 국외 진출

입력 2012-12-25 00:00
업데이트 2012-12-25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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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ㆍ고효율 추구하되 외국서 신성장동력 탐색

내년 금융권의 경영 방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른 수건 또 짜자’다.

경기 불황 장기화로 영업 환경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극대화하는 데 사활을 건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국외 시장 진출이나 자사 강점 부분 공략은 가속화해 새로운 수익 창출에 진력한다는 계획도 있다.

◇고효율 위해 조직ㆍ인원ㆍ채용 축소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ㆍ보험ㆍ카드사들은 내년에는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지속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조직과 사업비, 채용 축소, 국외 진출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감량’을 시작했다.

농협은행은 최근 부서를 기존 41개에서 35개, 부행장 자리를 9개에서 7개로 크게 줄였다. 본사 정원의 10%인 200여명은 일선 영업점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부행장급 자리를 15개에서 12개로 축소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내년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임원 급여를 삭감하거나 희망퇴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년간 영업점을 100곳이나 늘린 우리은행은 내년에는 수익성이 좋지 않은 지점 20여곳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고객중심 영업체계개편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이번 정기인사에서 임원 숫자를 10~20% 가량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달 말로 임원 14명 가운데 11명의 임기가 끝난다.

부행장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하나은행 역시 임원 숫자를 소폭 줄이고 본점 인력 일부를 영업점으로 내보내 본점 ‘슬림화’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내년에도 리스크 선제 관리와 내실경영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내년 은행권 채용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수준보다 다소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 계획이 아직 정해지지 않지만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올해 수준으로 채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화재는 내년에 사업비 등을 줄여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로 보험사의 자산 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사업비를 줄이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내년도 보험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전했다.

현대해상은 단기 수익을 지양하고 보장성 보험 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보험 영업 부문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동부화재도 사업비를 줄이면서도 업계 2~3위권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인적ㆍ물적 기반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도 내년에 내실 경영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핵심 사업에 비용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기로 했다. 현대카드는 조직 운영과 재무 구조 효율화를 통해 장기 불황에 대비할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영업 투입 대비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효율성’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KB국민카드는 체계적 비용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보험과 카드업계의 내년도 채용 규모도 작년보다 30% 이상 줄어든 올해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외 진출로 성장 승부수…자사 강점은 지속 발굴

금융권이 경기 침체로 잔뜩 움츠렸으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새로운 먹을거리 준비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아끼는데 급급하다가 경쟁력 저하로 도태하는 전례를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PB센터를 통해 부동산과 자산관리를 접목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지난 7월 부동산연구실을 만들어 시장조사와 분석을 하고 있다.

LA한미은행 인수를 재추진하는 등 미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외국은행 M&A에도 적극 나선다.

산업은행은 중소ㆍ중견기업 자산 건전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수익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은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말 시작한 다이렉트뱅킹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개인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영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지만 여신 심사가 더 꼼꼼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올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무산된 만큼 비은행 부문 강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내년에 새로운 인수합병(M&A) 등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중국에서 살 길을 찾기로 했다. 중국 자동차보험 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인도 등 국외 진출 확대로 글로벌 보험사 도약을 노린다. 최근 인사에서 임원급을 국외 사업에 대거 투입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내년에 경영 기조를 국내는 내실, 국외는 확대로 잡았다”면서 “이번 조직개편 때도 글로벌 부문이 절반 이상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고 밝혔다.

올해 영국 진출 등으로 화제를 뿌렸던 현대캐피탈은 내년에도 국외에서 제휴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나SK카드는 자사의 강점인 모바일과 체크카드 분야에 집중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경영 위기가 닥치면 급하지 않은 사업비 등을 줄이면서 긴축 경영에 들어가지만 기업은 장기적으로 존재해야 하므로 성장동력에는 끊임없는 투자를 한다”면서 “경기 불황이 악화하는 내년에도 같은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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