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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ㆍ카드사 수수료 갈등 소송전 비화 조짐

통신ㆍ카드사 수수료 갈등 소송전 비화 조짐

입력 2013-01-02 00:00
업데이트 2013-01-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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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법적 조치’ 검토에 통신사 “법정서 잘잘못 가리자”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을 놓고 신용카드사와 이동통신사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동통신사를 겨냥, ‘법적 조치’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려 하자 이통사들은 ‘이 참에 잘잘못을 가려보자’며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두려 한다.

◇금융당국 “이통사 행태, 좌시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22일 개정ㆍ시행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는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한 대형 가맹점에 대한 처벌 근거를 뒀다. 형사 고발과 관계기관 통보 등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법적 조치의 첫 적용 대상으로 이통사들을 정조준했다.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이들이 지나친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주요 이통사 관계자들을 만나 단호한 견해를 전했다”고 2일 밝혔다.

법 시행일이 지났는데도 유독 이통사만 열흘 넘게 새로 책정된 수수료율을 받아들이지 않는 점을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이통사들이 그동안 시장 지배력을 내세워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특혜를 누렸다고 판단한다. 이통사는 이용자가 많은 대형 가맹점이란 협상력을 바탕으로 1.1~1.5%의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냈다.

카드사들은 이통사에 적용할 새 수수료율로 1.8%대를 제시한 상태다. 기존 수수료율보다 다소 인상됐지만, 새 수수료율 체계가 정한 범위(1.5~2.7%)를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통신비 카드 결제는 대손 위험(돈을 갚지 않을 위험)이 거의 없다. 카드 결제를 하면 요금을 깎아주는 등 마케팅 비용은 상당히 많다. 이통사는 카드 결제 덕에 결제 대금을 회수하는 데 드는 관리비용도 아끼고 있다.

그런데도 이통사들이 법정 최저수수료율인 1.5%를 고집하는 건 대형 가맹점으로서 ‘갑’의 지위를 남용하는 사례로 여겨진다고 금융당국은 지적했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우리더러 수수료율 책정에 쓰인 원가를 공개하라고 압박하는데, 정작 자신들은 국민 여론에도 통신요금 원가 공개 요구를 뭉개지 않았느냐”며 이통사들의 행태가 ‘적반하장’ 격이라고 비난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통신요금을 볼모로 삼아 수수료율을 낮춰보려는 속셈을 보인다”며 “매년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이통업계가 ‘소탐대실’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2011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매출액은 42조원, 영업이익은 4조4천억원에 달했다. 수수료율이 인상돼도 영업이익의 1.36%인 600억원만 부담하면 되는데, 작은 손실이 아까워 경제민주화 정신에 역행하는 건 대기업으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부당한 단말기 보조금 지급, 소비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등 혼탁한 영업으로 과징금 부과에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았다”며 “자신의 허물은 반성하지 않고 오로지 이익만 좇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통업계 “금융당국 엄포…카드사 부당이득”

이통사들은 일제히 “금융당국이 사업자간 협상이라는 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부당하게 엄포를 놓고 있다”고 반발했다. 새 제도가 연착륙하려면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조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업계는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무턱대고 이를 따를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인다. 수수료율 책정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뜻이다.

수수료율은 고정비용, 대손비용(위험관리 비용), 자금조달 비용, 공용마케팅 비용, 일반 관리비 등을 고려해 산정되는데, 카드사들이 이 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이통사의 신용카드거래는 대부분이 매월 한 차례씩 자동으로 결제하는 요금 결제라 결제대행 수수료가 타업종보다 극히 낮다”고 주장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근거 자료 없이 수수료율을 제시해 놓고 따르라고만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금융당국이 고발해 카드사와 이통사 중 누가 잘못했는지 따져보고 싶을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통신 요금을 인하하라고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밀어붙여 통신비 상승 요인을 만들고 있다”며 “협상에는 성실히 응하겠지만, 카드사들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수수료율 인상을 밀어붙이면 가맹 해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카드사가 법 시행을 근거로 낮은 수수료율이 명시된 기존의 특약을 해지하고 인상된 수수료율 적용을 강행한 데에 소송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KTOA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배후조종하는 카드사야말로 현재 이통사를 상대로 ‘우월적 지위’에 있다”며 “사적 계약을 무시한 일부 카드사에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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