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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도 어른 먼저?… ‘제2의 은서法’ 시급

장기이식도 어른 먼저?… ‘제2의 은서法’ 시급

입력 2013-01-07 00:00
업데이트 2013-01-0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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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소아 환자에 장기이식 우선권…한국은 어른이 우선

“소아 장기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정보가 컴퓨터에 뜨자마자 수술실로 내달렸지만 그 사이 기증자는 다른 어른 환자에게 돌아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은서 때도 이런 일이 있어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만성장폐색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은서(7)에게 국내 처음으로 7개 장기 동시이식에 성공한 서울아산병원 소아외과 김대연 교수.

그는 이 수술 성공으로 여러개의 장기를 한꺼번에 이식할 수 있도록 한 소위 ‘은서법’이 만들어지게 한 주인공이다.

하지만 김 교수를 비롯한 이식 전문가들은 요즘 ‘제2의 은서법’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서법’으로 다장기 이식은 가능해졌지만, 정작 소아 기증 장기 상당수가 성인에게 주로 이식되는 모순은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외과 이광웅 교수는 “1개의 간을 2명에게 이식하는 ‘분할 간이식’ 요건을 완화하거나, 소아 뇌사자의 간은 소아에게 우선적으로 이식하도록 한다면 불필요한 부모의 ‘생체 간이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모 희생 강요하는 현행 소아 간이식 규정 = 간이식이 필요한 소아 환자는 체중이 비슷한 뇌사자의 간이나 성인 뇌사자의 간 일부를 이식받아야 한다. 이게 어렵다면 건강한 누군가의 간을 떼어내 이식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소아 뇌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소아 뇌사 공여자로부터 간 전체를 이식받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소아 뇌사 공여자가 있어도 김 교수의 얘기처럼 다른 성인 환자에게 가로채기(?) 당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생체 공여자가 없다면 성인 뇌사자의 간을 분할해 이식하는 게 그나마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분할 간이식 대기자 등록은 부모에 의한 생체 간이식이 어려운 경우로만 한정한다’는 현행 규정에 막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 규정을 어긴 병원은 수개월간 뇌사자를 받을 수 없다. 결국 소아 간이식의 상당수는 ‘부모의 희생’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식학회가 2010년에서 2012년 3월까지 KONO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분할 가능 뇌사자는 104명으로 이 기간 전체 뇌사자 324명 중 32.1%에 달했다. 하지만 이중 실제 분할 간이식으로 소아에게 간이 이식된 경우는 15건(4.6%)에 불과했다.

◇소아 뇌사자 장기는 소아에게 이식 우선권 줘야 = 우리나라에서 소아 간이식이 적은 또 다른 이유는 현행 규정상 소아 기증자일지라도 적정 몸무게만 넘어서면 어른에게 간을 분배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18세 이상 어른 뇌사자의 장기는 소아나 성인의 구분 없이 응급도에 따라 장기를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성인 뇌사자에 대해서도 소아 대기자가 어른 대기자와 동등한 권리를 갖는 게 우리와 크게 다른 부분이다.

또 18세 미만 뇌사자에 대해서는 성인과 소아 대기자의 응급도가 같을 경우 소아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전체 간을 사용하거나 일부만을 쓰게 되면 나머지 남는 간을 받을 대상자를 추가로 지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뒀다.

장기 배분의 우선권을 소아에게 주면서도 분할 간이식을 유도해 장기 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한 게 특징이다.

이에 비해 국내 분할 이식 대기자의 조건들은 소아 대기자가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받을 기회를 줄이고, 이식이 필요한 소아 환자의 부모에게 생체 간이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게 이식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 뇌사 장기 기증자가 1년에 400명이 넘는 등 증가추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빨리 기존 장기이식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간장분과위원회에서도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부모의 생체기증과 연관지은 분할 간이식 대기자 조항을 삭제하기로 하고, 최종 결정 절차를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진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효율적으로 분할 간이식을 할 수 있다”면서 “분할 간이식 대상자 규정 개정과 함께 기증자의 나이를 10세에서 35세로 제한한 부분도 40세까지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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