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피해자 돕는 ‘새희망 힐링펀드’ 3개월 성적표
금융피해자를 돕겠다며 금융 당국이 금융회사의 법인카드 포인트 등을 기부받아 출범시킨 ‘새희망 힐링펀드’가 시행 석 달을 넘겼다. 하지만 특정 피해자에게만 대출이 집중되고 실적도 저조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취재가 시작되자 금융감독원은 부랴부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아 눈총을 사기도 했다.당초 출범할 때는 저축은행 후순위채를 비롯해 무인가 투자자문 및 선물업자, 펀드 불완전판매, 보험사고 사망자 유자녀 등 여러 유형의 금융피해자들을 돕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등 특정 피해유형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저축은행 후순위채나 펀드 불완전판매 피해자 등에 대한 지원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 달래기용으로 대형 금융사들을 압박해서 반강제적으로 (포인트를) 기부하게 해놓고는 돈은 엉뚱한 데 쓰고 있다”는 냉소마저 나온다. 처음부터 대상 자체가 잘못 설정됐다는 지적도 있다.
기금은 24억원이 조성됐는데 대출은 6억여원밖에 나가지 않아 운용 실적도 26%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힐링펀드 운용 주체인 신용회복위원회는 “아직 초창기라 홍보가 덜 됐다”고 해명했다. 각 금융사별로 정보 안내를 강화하는 등 보완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금감원도 대출요건을 현실화하고 자동안내를 매뉴얼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의 참여가 미진한 것도 문제다. 지금까지 금감원 등 7개 금융 관련 기관과 135개 금융사가 동참했지만 처음에 기부를 약속했던 57개 금융사는 전산시스템 미비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면에는 불편한 속내도 여전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인 포인트를 기부하는 게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금융 당국이 경영평가에 (기부 실적을) 반영하겠다고 해 마지못해 참여했다”면서 “이런 식의 팔 비틀기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심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 지원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과 이름이 비슷해 (새희망힐링펀드의) 인지도가 더 떨어지는 것”이라며 애초 작명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새희망힐링펀드와 새희망홀씨대출은 서민·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힐링펀드의 경우 ‘금융피해자’라는 단서가 붙는 게 다르다. 금융피해자 중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이거나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빌려준다. 금리는 연 3%이지만 성실 상환자에게는 연 2%를 적용한다.
금감원 측은 “대출실적과 안내시스템 등 힐링펀드의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점검해 특정층 지원 쏠림 현상 등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3-02-08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