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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시장 포화… 눈물의 생존경쟁

주유소시장 포화… 눈물의 생존경쟁

입력 2013-04-02 00:00
업데이트 2013-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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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인하 압박 받아 고전 2년간 매년 100곳씩 감소

‘주유소 하나만 있으면 3대가 먹고 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듯 싶다.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로 한계 상황에 이른 주유소 숫자가 전국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휘발유 판매가격이 저렴한 무폴(무상표) 주유소와 셀프 주유소는 고유가의 영향으로 급증하고 있다.

1일 한국주유소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는 모두 1만 2793곳으로, 전년 동월 대비(1만 2906곳) 113곳이 줄었다.

전국 주유소 수는 2010년 말 1만 3000곳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2011년 1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으로 정부가 ‘유가 전쟁’을 벌인 뒤부터 해마다 100곳 정도씩 줄고 있다.

국내 주유소 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 상황에 이른 데다, 기름값을 강제로 ℓ당 100원씩 인하(2011년 4월 7일~7월 6일)하는 등의 압박으로 적정 마진을 내지 못하는 주유소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의 수는 지난해 1월 1847곳에서 1년 만에 1761곳으로 5% 가까이 줄었다. 전국 단위로 시행되는 본사의 정책을 따르다보니 수시로 가격을 내리며 고객을 끌어모으는 인근 자영주유소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정유업체 관계자는 “서울 지역에 주유소 한 곳을 내려면 20억~30억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본사 입장에선 거액을 투자하고도 은행 적금 이자 만큼의 수익도 못 내는 ‘한계주유소’가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반 주유소보다 가격이 저렴한 셀프·무폴주유소는 크게 늘었다. 전체 주유소 시장이 정체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일반 주유소가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전국에 650곳에 불과했던 셀프주유소는 올해 1월 1094곳으로 7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서울지역 기준으로 셀프주유소(ℓ당 1971.63원)는 일반 주유소(2068.2원)보다 ℓ당 96.57원의 가격 할인 여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B업체 관계자는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셀프 주유기 설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전환을 포기하고 가족이 모두 나와 주유원으로 일하는 곳들도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유사 상표를 달지 않고 독자 상표로 운영하는 무폴 주유소도 늘었다. 정유사 마진을 줄여서라도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1월 730곳이었던 무폴주유소는 1년 만에 55%나 급증한 1134곳이 성업 중이다.

C업체 관계자는 “이자비용이나 임대비용이 많은 주유소들의 경우 모든 지출을 제외한 월 순수익이 300만원 이하인 곳들도 있다”면서 “한때 주유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도 불렸지만, 지금은 ℓ당 1~2원이라도 마진을 늘려야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처지가 변했다”고 토로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04-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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