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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인하’ 금융선진국 英에 길을 묻다

‘카드 수수료 인하’ 금융선진국 英에 길을 묻다

입력 2013-04-03 00:00
업데이트 2013-04-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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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정부 수수료 0.9%대로 규제… 카드사 가맹점 유치경쟁 한몫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이 지난해 말 일단락됐다. 그 결과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우대 수수료율 1.5%가 적용됐고 카드 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대 초반에서 2% 수준까지 올라갔다. 전체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은 2.1%에서 1.9%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이런 규제를 도입한 것은 영세가맹점을 보호하고 대형가맹점이 누렸던 불합리한 수수료 혜택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선진국으로 여겨지는 영국도 이런 과정을 통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꾸준히 낮췄다.

2일 영국카드협회에 따르면 2000년 중반 평균 1.5%인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난해 0.9% 수준까지 내려갔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수수료율이 앞으로 0.3%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가맹점 수수료율 하락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영국 정부의 수수료율 인하 압박이 있었다. 리처드 코츠 영국카드협회 부사장은 “영국에서도 신용카드 가맹점들이 수수료율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면서 “가맹점들의 반발이 일자 영국 정부가 카드사들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시장경제 원칙을 중요시하는 영국에서도 가맹점 보호는 이뤄졌던 셈이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가맹점 매출액에 따라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규제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카드사들처럼 영국 카드사들의 불만도 높았다. 리처드 부사장은 “영국 정부의 규제는 자율 경쟁을 훼손시킨다”면서 “현재 카드사들이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건 연회비 부분 하나 남았다”고 털어놨다.

카드사 간 가맹점 유치 경쟁도 수수료율이 내려간 주요 원인이다. 영국은 한국과는 달리 카드사들이 가맹점 가입을 두고 경쟁한다.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카드사를 골라 계약하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낮출 수밖에 없다. 리처드 부사장은 “집적회로(IC) 카드가 처음 소개됐을 때 가맹점들이 카드 리더기를 바꿔야 했다”면서 “카드사들이 이를 독려하다 보니 수수료율이 낮아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이 고객들에게 신용카드 수수료 중 일부를 떠넘길 수 있다는 점도 수수료율 인하 효과를 가져왔다. 영국 가맹점 수수료는 가맹점이 카드발급사에 주는 교환수수료와 고객에게 넘길 수 있는 부가수수료로 나뉜다. 가맹점 수수료가 10이라면 교환수수료와 부가수수료는 7대3 수준이다. 폴 매커런 영국카드협회 이사는 “고객이 소액을 카드결제하기를 원할 경우 가맹점이 부가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영국에서 발급된 카드는 총 1억 6400만장으로 1인당 약 3.8장이다. 신용카드보다 수수료가 싼 직불카드가 1.5배가량 많다.

런던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04-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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