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졸업자 전형’ 기은 입사한 봉기선 계장
“전문대를 나와도 ‘절실함’만 있다면 은행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봉기선 기업은행 용인지점 계장
두 달간의 수습교육을 거쳐 용인지점 창구에 배치된 봉 계장은 “고객이 뭘 원하는지 파악한 뒤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주된 업무는 퇴직연금이지만 지점 막내라 입금, 신용카드 등 다른 수신 업무도 ‘걸리는 대로’ 한다. 착실히 기초를 다져 여신심사부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다.
신구전문대 토목과를 졸업한 봉 계장은 “군 복무 시절 선임들과 함께 월급으로 펀드, 주식 등에 투자하면서 금융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했다. 졸업 후 전공을 살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협력업체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서울로 올라와 슈퍼에서 농산물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며 개인종합재무설계사(AFPK) 자격증을 땄다. 전문대 졸업자를 뽑는 곳이 기업은행뿐이기도 했지만 소규모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15년 단골 거래은행이라 꼭 기업에 입행하고 싶었단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토익(TOEIC) 점수도 없고 다른 스펙도 별로”인 그가 어떻게 48대1의 경쟁률을 뚫을 수 있었을까. 봉 계장은 ‘절실함’과 ‘당당함’을 꼽았다. 최종 면접 때 한 심사위원이 ‘스펙’을 지적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인 영어 점수는 없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고객에게 누구보다 한국말로 쉽고 친절하게 설명할 자신이 있다”고.
“자신만의 가능성과 미래를 면접위원에게 당당하게 피력해야 합니다.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절실함은 필수이고요.”
이사가 별로 없는 겨울이면 부모님 벌이가 신통찮아 대출로 생활해야 했다는 봉 계장은 “부모님 같은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은행원이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3-04-06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