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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말썽 승객, 승무원 저자세 탓?

항공기 말썽 승객, 승무원 저자세 탓?

입력 2013-04-25 00:00
업데이트 2013-04-2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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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힘 있다고 느끼면 고집 부려”…국제학술지 논문

“한국 항공사 승무원들은 상냥한 말투와 행동을 우선시하고 저자세로 나옵니다. 이 때문에 장년층 남성이 여자 승무원을 자기 비서처럼 대하는 것 같습니다.”(민동원 단국대 교수)

대기업 임원이 여객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라면이 덜 익었거나 짜다며 트집을 잡아 여러 차례 다시 끓여오게 하다 폭력까지 휘두른 사건은 ‘고객은 왕’이라는 기업전략의 부정적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연구 논문이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끈다.

마케팅 분야 A급 SSCI(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 학술지인 국제마케팅연구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research in marketing) 온라인판에 18일 실린 민동원 단국대 경영학부(마케팅 전공) 교수의 ‘Is Power powerful? Power, confidence, and goal pursuit’이란 논문이다.

민 교수는 이 논문에서 기업은 종종 ‘고객은 왕이다’, 또는 ‘고객은 항상 옳다’ 같은 문구를 사용해 고객이 힘이 있다고 느끼도록 유도하지만 이런 전략은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항상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항공사 콘티넨탈에어라인의 최고경영자였던 고든 베순이 한 말을 인용했다. 베순은 자신의 책에서 ‘고객이 항상 옳다’는 개념은 콘티넨탈에어라인에서는 부적합했다면서 이런 전략 때문에 “고객이 힘이 있다고 느껴 비합리적이고 고집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이어 “고객은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특별 대우를 요구할 만큼 자신에게 힘이 있다고 느낀다”면서 “고객이 느끼는 파워는 편안함이나 절약 같이 자신이 원하는 것만 관심을 두게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런 파워감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지켜야 하는 규정 같은 정보를 처리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고객이 왕’이라는 전략 대신 ‘고객이 요청하기 전에 이미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갖추고 있다’는 전략을 내세워 “심리적 파워의 중심을 고객에서 기업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민 교수는 제안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직원이 고객과 마찰을 일으키면 근무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이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직원은 참게 된다”면서 이 때문에 ‘감정 노동’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여자 승무원을 비서 대하듯 하는 장년층 남성들이 있다”면서 “한국 항공사 승무원들이 상냥한 말투와 행동을 우선시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민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기도 했다. 한국 국제선 항공기에 탔을 때 좌석에 과자 부스러기가 있었는데 승무원 사무장이 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면서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면 오히려 승무원을 발로 차고 싶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감성적으로만 접근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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