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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맞나…정부·한은 또 충돌

경기회복 맞나…정부·한은 또 충돌

입력 2013-04-25 00:00
업데이트 2013-04-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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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인하 압박했지만 성장률 오히려 개선” 정부 “경기 살아난다는 신호 아니다” 반박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경기회복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으로서는 이번 지표가 경기회복의 결정적 근거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전분기 성장률이 낮은데 따른 기저효과여서 경기가 회복되는 신호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 시장은 0.4%까지 비관했으나…성장률 급개선

올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9%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건설·설비투자·수출의 선전 덕분으로 풀이된다.

1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동탄 신도시 개발·발전설비 건설 등에 힘입어 2.5%를 기록했다. 한 분기 만에 플러스(+)로 반전했다. 증가 폭도 2009년 1분기(4.9%) 이후 가장 크다.

3.0% 확대한 설비투자도 3분기 만에 감소세를 멈췄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 설비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3.2%가 늘었다. 작년 1분기(3.9%)에 이어 가장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민간소비는 5분기 만에 후퇴해 0.3%가 줄었다. 김 국장은 “작년 4분기 강추위로 연료·전기·의류 소비가 많아 상대적으로 적게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1분기 성장률이 0.8%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일부 증권사는 0.4% 수준까지도 내다봤다. 실제로 1~2월 수출·생산·투자 모두 전년 동기와 견줘 부진했다. 1분기 정부 예산집행률도 28.2%로 목표(30.0%)에 미달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개별지표와 이를 총합한 국내총생산(GDP)은 포괄범위가 달라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가령 선박은 (개별지표인) 통관기준으로 보면 건조가 끝나 소유권이 넘어갈 때 수출로 집계되지만, GDP에서는 중간대금을 받을 때마다 실적에 잡힌다는 것이다.

김중수 총재도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1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8%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수치는 24일 오히려 0.1%포인트 더 높은 수치로 공개됐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 성장률이 전망치보다도 높게 나왔다”며 “경기개선세가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 기재부 “경기 살아난다는 신호 절대 아니다”

이날 수치가 경기 개선을 의미한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3, 4분기 경제가 거의 성장을 못 해 올 1분기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도 경기 회복 신호가 아니라고 반박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 0.9% 나온다고 해도 절대 경기가 살아난다는 신호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3~4분기 전분기대비 성장률이 각각 0.0%, 0.3%에 불과해 반등해봤자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1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작년 4분기와 같은 1.5%로 2009년 3분기(1.0%) 이후 최악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예산정책처는 전날 내놓은 2013년 수정경제전망에서 “1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지난 2개 분기보다 높아지겠지만 주로 건설투자 호조에 따른 것”이라며 “수출,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여전히 부진한 상태로 자생적 회복이라 간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0.9%가 나왔어도 8분기 연속 0%대의 성장률”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것은 저성장 흐름 자체를 끊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정책보다는 (기준금리 조정과의)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 총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0%대 성장이라 해서 매우 낮은 것으로 국민에게 혼선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통화정책이 훨씬 더 완화적으로 움직여왔다”며 “정책조화는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상당기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해 금리를 내릴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도 경기회복 여부 논란

경기회복 여부에 대해선 민간전문가들도 시각이 엇갈린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의 경기인식에 동의했다. 임 연구위원은 “1분기 GDP성장률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연간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은 2%대 후반이 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기재부의 손을 들었다. 염 연구원은 “건설·설비투자가 경기에 따른 변동이 심한 만큼 2분기 이후 성장동력은 민간소비에서 나와야 한다”며 “그러나 소비가 1분기에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수석연구원도 “(어두운) 경기판단에 대한 견해를 바꿀 만큼의 ‘서프라이즈’는 아니다”라며 “2분기는 성장세가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1분기 지표가 호전세를 보이며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다소 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 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 추경은 필요하지만 금리인하 논란은 다소 사그라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염상훈 연구원은 “정부·한은이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할 때까지 기준금리는 5~6월 소강상태(동결)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지난해에도 1분기 성장률이 0.8%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회복하는 듯했으나 유럽 재정위기에 2~4분기 0.3%, 0.0%, 0.3% 등으로 꼬꾸라졌다”며 “현재도 엔저·북한리스크 등에 이렇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1년을 낭비한 듯한 상황”이라며 “성장세를 지속하려면 이제부터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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