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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도 보는 스마트폰 음란물 활개…당국은 ‘멀뚱’

청소년도 보는 스마트폰 음란물 활개…당국은 ‘멀뚱’

입력 2013-06-03 00:00
업데이트 2013-06-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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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소홀·법 고려 않은 대책발표…”전시행정” 비난

스마트폰에서 음란물 유통이 늘면서 정부가 청소년 보호 대책을 내놨지만 관리 소홀이나 실정법에 대한 고려 없이 말만 앞서 1년이 다 되도록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모바일 메신저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에서 음란물 유통이 빠르게 확산하자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을 포함한 정부 당국은 작년 대대적으로 청소년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작년 6월부터 스마트폰에서 음란물사이트와 청소년 유해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을 차단하는 ‘스마트보안관’ 앱을 무료로 보급했다.

이와 동시에 포털사이트에는 이 앱을 삭제하는 방법에 대한 문의와 답변이 퍼져 나갔다.

해당 앱은 부모가 설정해 놓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삭제되도록 만들어졌지만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 대한 일종의 해킹 방식인 ‘루팅(Rooting)’을 이용하면 손쉽게 삭제할 수 있다.

루팅은 기기의 시스템에 대한 최고 관리 권한을 얻는 것으로 기기 안의 모든 파일과 프로그램에 접근해 조작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그리 어려운 방법이 아니어서 초등학생도 간단한 설명만 보면 금방 앱을 삭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루팅은 스마트폰에 대한 관리자 권한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앱이라도 삭제될 수밖에 없다”며 “안드로이드 OS 제조사인 구글에서 개선책을 내놓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한 업계의 입장은 달랐다.

한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루팅을 하면 유해물 차단앱이 지워지는건 막을 수 없지만 앱이 지워졌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통보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에는 음란물 차단앱이 삭제됐을 때 부모에게 이를 알려주는 기능을 갖춘 앱이 유통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유명 소프트웨어는 그를 무력화하는 방법이 나오기 마련인데 정부 당국이 보여주기식 행정에만 치우쳐 사후 관리에는 소홀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청은 실정법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발표로 빈축을 사게 됐다.

경찰청은 작년 9월 ‘아동 음란물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음란물을 배포하는 웹사이트 주소가 개인용컴퓨터(PC)·스마트폰 메시지에 등장하면 메시지 중 해당 내용을 메신저 업체가 삭제하고 전송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동음란물의 제작·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메신저 대화 중에 ‘로리타’ 같이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금칙어가 나오면 경고 문구를 띄우는 방법도 업계와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찰이 발표한 이 대책은 그러나 통신·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통신비밀보호법에 막혀 실행조차 되지 못했다.

컴퓨터와 모바일 메신저를 운영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경찰청과 몇 번 얘기가 오갔지만 실정법에 저촉돼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청도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 법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어 작년 이후로는 업계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이 허술하거나 느긋한 자세로 일관하는 동안 청소년이 접근할 수 있는 모바일 음란물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1월∼11월 구글 안드로이드 시장에 등록된 스마트폰 앱 9만2천개 중 음란앱은 1만3천개로 14.1%를 차지했다.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지란지교소프트가 조사한 바로는 4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발견된 스마트폰 유해앱은 3만7천150개로 집계됐다.

민간 업체가 자사에서 탐지할 수 있는 앱의 수만 조사한 것인데도 4월에 발견된 음란앱은 작년 11개월간 발견된 것보다 2.8배 많았다. 그만큼 음란앱이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모바일·메신저의 음란물 관련 범죄도 증가했다.

경찰청이 작년과 올해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1월∼4월 음란물 불법 유통 또는 아동음란물 제작 혐의로 검거한 건수는 1천85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천193건)보다 55.5% 증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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