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전력경보 발령 속 ‘찜통’ 절전대책 간담회

전력경보 발령 속 ‘찜통’ 절전대책 간담회

입력 2013-06-03 00:00
업데이트 2013-06-03 14:4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윤상직 장관 “내년엔 이런 회의 없도록…” 기업들 “국가 비상사태…특단의 대책 협조”

“적어도 내년 여름엔 이런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업계에 이런 협조 말씀을 드리게 돼 송구합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20층 챔버라운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20개 전력다소비기업 최고경영자(CEO) 간의 간담회가 열린 회의장은 가만있어도 땀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바깥 기온은 27∼28도였지만 실내는 냉방을 하지 않아 더 더웠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보된 가운데 주무부처 장관이 기업 CEO들에게 의무 절전을 당부하는 자리라 ‘감히’ 에어컨을 틀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회의 시작 30분 전에는 예비전력이 450만㎾ 이하로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가 발령됐다.

회의장에는 방송 카메라 10여대와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려 플래시 세례를 퍼부은 탓에 몇몇 참석자들은 연방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훔쳐야 했다.

윤 장관은 “어떻게 보면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큰 문제다. 시험인증기관의 성적서 조작으로 원전 3기 가동이 중지되고 올여름 엄청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력수급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위기의 상황이라 에너지를 많이 쓰시는 기업 대표들을 모시고 특별히 협조 부탁을 드리려 한다”며 “의무절전이 3∼15%로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피크시간대에 전력부하를 견디도록 절전대책을 시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윤 장관은 기업이 조업 중단을 최소화하면서도 최대한 전력부하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윤 장관은 “원전비리는 하루 이틀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과거 오래전부터 비리 고리가 누적돼왔다. 이제 시험인증기관까지 조작을 해 마지막 보루마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전력수급을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철저히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제철,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기업 경영진이 참석했다.

포스코 권오준 사장은 “피크시간대 자가발전기를 최대한 활용하고 조업 스케줄 조정 등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분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SK에너지 정태윤 전무는 “전기를 많이 쓰는 설비를 8월 한 달 동안 정비할 계획”이라고 했고, OCI 임민규 부사장도 “단기적으로 전력량 감축을 위해 7∼8월에 사업장 정기보수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효성 임원은 “공장이 365일 돌아가는데 중국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전력 절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측 참석자는 “반도체 사업은 전기사업이다. 단 몇 초만 문제가 생겨도 큰일이 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장관이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이제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상시화된다. 국가 차원의 위기 상황인 점을 감안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 임원들은 대체로 정부의 절전대책에 협조적인 분위기였다. 한 참석자는 “실내온도를 26도가 아니라 28도에 맞추고 주간에는 모든 사무실을 소등하겠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회의 후 “국가 비상사태가 맞는 것 같다. 기업이 모두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