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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늘린 택시, 예산·업계부담금으로 구조조정

마구 늘린 택시, 예산·업계부담금으로 구조조정

입력 2013-06-18 00:00
업데이트 2013-06-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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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차 방안·운송비용 전가 금지 규정 실현성 의문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택시발전법의 핵심 쟁점은 택시 수를 줄이는 방안과 운송비용 전가 금지 조항이다.

택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과 운송비용을 기사에게 부당하게 떠넘기는 관행은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업계의 동의를 완전히 얻지 못해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현실성이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 예산·업계 부담금으로 최대 5만대 감축

지하철, 버스가 발달하고 자가용이 급격히 보급되면서 1995년에서 2010년까지 15년간 택시의 연간 수송량은 23% 감소했으나 면허 대수는 오히려 24% 증가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선거 때마다 선심성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마구잡이로 발급했고, 정부도 공급 과잉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09년 전국 택시 25만5천대 중 5만대, 즉 4대 중 1대꼴로 공급 과잉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특히 개인택시는 1995년 11만8천대에서 2011년 16만3천대로 16년만에 38%나 증가했다.

정부는 택시를 줄이고자 애초 개인택시 면허의 양도·양수와 상속을 금지하고 택시기사의 정년을 75세로 제한하며 대당 1천300만원(국가와 지자체 3대7 비율 부담)의 감차 보상금을 지급하려 했지만, 전국 평균 7천만원가량인 개인택시 프리미엄보다 턱없이 낮았던 탓에 벽에 부딪혔다.

규제개혁위원회까지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자 국토부는 상속 금지 조항을 빼고 양도·양수는 금지 대신 3회 제한으로 완화하고 정년 조항도 삭제했지만 반발은 계속됐다.

결국, 개인택시 면허를 사고파는 것을 그대로 두고 실거래가 보상으로 방침을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개인택시 업계와 물밑 접촉해 정부와 지자체 예산에 업계 자체 부담금을 더해 마련한 재원을 감차 보상에 쓴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택시 종사자들이 받는 유가보조금을 감차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개인택시 업계는 “원칙적으로 감차에 동참할 길을 열어뒀지만, 완벽히 합의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총량 조사를 통해 내년 하반기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한 다음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자체별 감차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맹성규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5년간 2만∼5만대를 감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개인택시를 2만대 줄일 경우 정부와 지자체 예산은 대당 1천300만원씩 모두 2천600억원이 들며 5만대를 줄이면 6천500억원이 필요하다.

◇ 사고처리비·차량구입비까지 개인부담 문제

회사 택시를 모는 기사들은 유류비, 신차 구입비, 세차비, 콜센터 비용 등 많게는 하루 2만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대부분 회사가 하루에 액화석유가스(LPG) 25ℓ를 지급하고 기사는 평균 15ℓ를 추가로 쓴다. 정부에서 받는 유가보조금을 제외하면 기사 개인이 내는 유류비는 1만3천원 정도다.

또 회사가 구입한 신차를 운행하는 기사는 사납금 외에 하루 2천원을 더 내야 한다. 이밖에 세차비는 2천원, 콜센터 이용료 2천500원을 부담한다. 일부 지역 회사는 카드 결제 수수료의 일부를 기사에게 부과하는 곳도 있다.

게다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사고 처리 비용을 기사에게 물리는 회사도 많다.

운송비용 전가 금지는 택시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규정으로 노동조합의 숙원사항이었지만 회사 측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제16대 국회 때부터 노조 의견을 반영한 의원 입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됐으나 노사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정부 법안에 앞서 유승희 의원이 운송비용 전가 금지 조항을 신설한 여객자동차운수법 일부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으며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 종사자 ‘출혈’ 동의할까…업계, 태스크포스 참여 거부

국토부의 택시발전법은 국회에서는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그간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했다면서 통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에서 받던 유가보조금을 감차 보상금 재원으로 내놓으라고 하면 동의하지 않고 강하게 반발할 사람이 많아 정부의 뜻대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운송비용 전가 금지 조항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이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액관리제처럼 법 규정에만 있고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작용도 우려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차를 하는 것은 좋은 데 나머지 차의 프리미엄이 뛴다. 면허가 재산이 되는 것을 막을 근본적 장치가 없는 것이 아쉽다”면서 “일본은 개인택시 면허 파는 것을 막지는 않지만 면허 사는 자격을 매우 제한해 프리미엄이 낮다”고 말했다.

배 위원은 이어 “택시 서비스의 품질을 회사가 책임지게 할 조치가 여전히 없다. 택시 회사는 사납금만 받고 기사가 뭘 하는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법안을 국회로 제출하고 3개월간 업계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택시산업발전 종합대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개인택시조합연합회를 빼고 나머지 3개 택시 단체는 이미 참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라 정부가 업계를 어떻게 끌어안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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