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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대책’ 꺼내든 정부…회사채시장 살아날까

’전방위 대책’ 꺼내든 정부…회사채시장 살아날까

입력 2013-07-08 00:00
업데이트 2013-07-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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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회사채 시장 안정에 최대 6조4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현 시점에서 회사채 시장에 숨통을 틔워주지 않으면 미국의 양적완화(QE) 종료 등 대외여건에 따라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간 변화한 시장 환경에 뒤처진 제도들을 대대적으로 보완해 한꺼번에 꺼내 든 만큼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회사채 시장을 간접 지원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고 차환 발행액의 80%를 인수해야 하는 산업은행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황이 좋아지지 않을 경우 ‘땜질식 처방’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A등급도 못 버티는 회사채 시장…양극화 심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계부처가 8일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때’를 놓치면 신용경색으로 신음하는 시장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채 시장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확대됐지만 올해 들어 발행이 줄고 있다.

월 평균 회사채 순발행액은 2010년 1조5천억원에서 2011년 2조6천억원, 2012년 2조7천억원으로 늘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월 평균 2조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BBB등급 이하 채권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이 지난해 웅진사태 등 신용이슈 때문에 A등급까지 확대됐다.

실제로 A등급 이상 회사채 발행규모는 2011년과 2012년 월 평균 1조7천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천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으로 유동성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6월 들어서는 A등급 발행규모가 1천억원까지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유럽연합(EU), 다른 신흥국의 경제·금융 불안으로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 양극화 문제는 회사채 시장 전반의 문제이자 금융시장 불안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답이 나온 것이다.

◇P-CBO 통해 취약업종 지원·하이일드펀드 세제 혜택

이번 대책의 핵심은 부실기업은 신속히 정리하되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기업에는 유동성을 공급해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우선 이달부터 지원 대상 기업이 내년 12월까지 만기 도래 예정 회사채를 차환발행하면 20%는 기업이 자체 상환하고 80%를 산은이 인수한다.

산은 인수분은 다시 회사채안정화펀드가 10%, 발행기업의 채권은행들이 30%를 인수하고 나머지 60%는 신용보증 기금이 보증하는 프라이머리채권 담보부증권(P-CBO)에 순차적으로 분할 편입된다.

지원 대상은 앞으로 꾸려질 차환발행심사위원회가 일정 신용등급 이하 기업중에서 선정한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기업은 지원에서 빠진다.

회사채안정화펀드는 3천200억원 수준으로 금투업계, 거래소 등이 공동 조성하고 차환 발행 회사채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 위주로 이뤄진다.

업체당 최고 지원 한도는 대·중견기업이 1천500억원, 중소기업이 750억원이다.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도 준다.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를 30% 이상 편입한 펀드를 대상으로 투자금액 5천만원까지 펀드 배당소득에 대해 14% 분리 과세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적격기관투자자(QIB) 제도도 개선된다.

투자자 요건이 중소기업진흥공단, 벤처캐피탈,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일반 기업으로 확대되고 총자산 5천억원 미만의 주권상장법인도 발행기업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일정 요건을 갖춘 회사채에 대해 기간에 관계없이 관계 회사가 인수한 증권의 펀드 편입이 가능해지고,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자격도 신용등급도 BBB에서 BB로 완화된다.

회사채 수요 예측 시 발행사가 제시하는 희망 금리 범위의 최고 수준을 시장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불성실한 회사채 수요 예측 참여자에 대해서는 청약 제한 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채권 거래 단위는 10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현재 사설 메신저를 통해 일대일로 거래되는 프리본드의 이용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업황 나쁘면 ‘도루묵’…”시장 원리에 벗어난다” 지적도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회사채 차환 발행조차 어려운 회사들에 어느 정도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대책이 기존에 있었던 대책을 손질한 것이므로 업황이 계속 나쁘다면 ‘약발’이 길게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성재만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책이 “올해 말까지 건설·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기업의 자금경색 완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년 이후 업황이 살아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동성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사기업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는 모양새 또한 적지 않은 논란거리다.

발권력에 의해 공급된 유동성은 세금처럼 당장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늘어난 유동성이 물가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회사채 시장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대책이 나올 필요성은 있다”면서 “다만 금융시장의 최종대부자로서 한은까지 나서야 할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차환 발행액의 80%를 인수해야 하는 산업은행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정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시행했으나 당시에는 산은이 인수한 회사채를 사줄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미리 조성했었다”며 “산은이 인수하는 회사채도 금융기관 등에 재매각해야 하지만 그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면 산은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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