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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노믹스 ‘3대 난제’로 진퇴양난 봉착

일본 아베노믹스 ‘3대 난제’로 진퇴양난 봉착

입력 2013-09-01 00:00
업데이트 2013-09-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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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인상 인플레·소비세 인상·원전사고 악화

순조롭게 출발했던 일본 아베노믹스가 이제 세 가지 난제에 부딪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비용 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 소비세 인상,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태 악화가 그것이다.

우선 물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 30일 발표된 일본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0.7% 올랐다. 두 달 연속 상승이자 2008년 11월 이후 4년여만에 최고치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 탈출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낙관적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엔저로 인한 석유·가스 등 수입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7월 에너지 품목 물가는 6.4% 오른 반면, 근원 CPI에서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물가는 오히려 0.1% 내렸다.

다만 하락 폭은 지난 2009년 2월 이후 최소로 줄어 디플레이션 추세가 완화되는 신호를 보였으나, 물가 상승의 대부분은 에너지 물가 상승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에너지 물가는 지난 3월 이후 이번까지 넉 달 연속 상승 폭을 늘렸다.

경기 활성화에 따른 수요 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과 달리 이처럼 비용 인상이 주도하는 인플레이션은 가계 살림을 압박해 오히려 소비를 줄일 수 있고, 나아가 불경기에도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동수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대부분 비용 인상에 의한 물가 상승을 디플레이션 극복이라고 환영하는 것은 아전인수에 가깝다”며 “비용 인상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이를 막으려고 기업에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있으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후생노동성 집계에 따르면 월간 근로자 임금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2월 -0.8%, 3월 -0.9%, 4월 0.0%, 5월 -0.1%로 부진했다.

6월에도 총액은 수당·보너스 인상으로 인해 0.6% 늘었으나, 기본급은 오히려 0.6% 줄었다.

아베 정권은 엔저로 기업 이익이 늘면 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꾀했으나, 기업의 수입 에너지·원자재 등 비용 압박이 임금 인상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4월(5%→8%)과 2015년 10월(8%→10%)로 예정된 두 차례의 소비세 인상은 짙은 먹구름을 예고하고 있다.

물가는 슬금슬금 오르고, 임금은 제자리인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까지 겹치면 소비 심리에 치명타를 가해 간신히 회생의 기미를 보이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아 물가 상승이 가계에 득보다는 고통이 되고 있다”며 “게다가 정부가 소비세 인상을 결정하면 소비자들은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이 지난 1997년 4월 소비세 인상(3%→5%)을 실시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0.7%에서 2분기 -0.9%로 추락하는 등 일본 경제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그러나 인상 계획을 취소하면 세계 최악의 일본 공공부채 문제가 악화하고 정권 신뢰도까지 무너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아베 정권 안팎에서 강하다.

아베 정권이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원전 재가동 정책도 날로 악화하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에너지 수입 비용을 줄이려면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멈춰선 원전들을 재가동해서 발전용 석유·가스 수입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최근 막대한 양의 방사성 오염수 유출 사실이 공개되면서 일본 내에서 원전 사고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나자 아베 정권도 원전 재가동을 선뜻 밀어붙이지 못하게 됐다.

블룸버그는 지난 26일 사설에서 “엉망진창인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결정적으로 시정하지 못하면 원전 재가동의 가망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일본 당국이 사태 수습 감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수 연구원은 “아베 정권이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소비세를 인상하면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지만, 인상 계획을 뒤집으면 시장의 불신이 커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베노믹스에 대해 “구조개혁 없는 엔저 정책만으로는 수요를 자극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현재로서는 단기성 ‘깜짝 효과’에 그치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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