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공공기관 해제 무산…”방만경영이 발목 잡아”

거래소 공공기관 해제 무산…”방만경영이 발목 잡아”

입력 2014-01-24 00:00
수정 2014-01-2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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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재검토 여지 남긴 것만도 의미 있는 성과”노조 “공공기관 유지는 위법…헌법소원 제기할 것”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시도가 또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복수 거래소 설립이 허용되면서 시장독점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방만경영 문제가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24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지하는 내용이 담긴 2014년 공공기관 지정 및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을 확정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예상보다는 나은 결과라는 평가다.

정부의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된지 한 달여밖에 안 된 상황에서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리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무산됐지만, 방만경영 문제가 해소되면 이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끌어낸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라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당장 해제되지는 않았지만 여지를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방만경영을 해소하고, 국민정서에 맞는 기업으로 정상화된 뒤 재평가를 받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미 올해 경상경비 예산을 작년대비 30∼45% 줄이는 고강도 긴축을 결정한 상황이다.

문제로 지적됐던 복리후생비는 감축을 추진 중이며, 대규모 조직개편도 예고했다.

예상보다 빨리 방만경영을 해소해 1년 뒤 다시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에서는 공공기관 해제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거래소 노동조합이 복리후생비 감축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유흥렬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방만경영 문제는 민영을 공공으로 바꾸면서 (공무원 기준에 맞추다보니) 생긴 어쩔 수 없는 결과”라며 “정부 논리대로라면 복지가 잘 돼 있는 삼성전자도 방만경영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측이 복리후생 축소 방안과 관련해 대화를 요구했으나 거부했다”면서 “정부가 법에 의해 설립되지도, 정부 지원금을 받거나 정부지분이 있지도 않은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묶어두고 있는데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지 않으면 글로벌 거래소간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 왔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존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중개수수료) 중심 사업구조가 더이상 유지되기 힘들어진 점도 문제다.

실제 예상실적 기준으로 작년 한국거래소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52% 급감했으며 국내 증권사 순이익은 85.8%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거래소 이사장 연봉은 2005년 3억6천만원 수준이었다가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던 2006∼2008년 사이에는 8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도 60% 이상 늘었다가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이후에야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작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복수 거래소 설립이 허용되긴 했지면 여전히 실질적인 독점이 유지되고 있는 점이나, 공공기관 해제 이후 시장감시 기능을 거래소에서 분리할 것인지 여부 등도 쟁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방만경영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위해선 국민이 납득할 만큼의 진정성을 보여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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