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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도약! 금융지주 회장에게 듣는다] (5)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

[새해 새 도약! 금융지주 회장에게 듣는다] (5)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

입력 2014-01-28 00:00
업데이트 2014-01-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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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맏형 역할 확실히 할 것… 기업도 경영권 방어막 삼지 말길”

홍기택(62)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갤럭시 기어를 차고 다닌다. 말로는 “손목시계용”이라지만 중요한 문자나 이메일은 상대방과 대화 중에도 시계를 보는 척하며 곧바로 확인한다.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건 빨리빨리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큰 조직의 리더가 되니 이런 소소한 재미가 많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한 해 굵직한 현안이 너무 많이 터져 솔직히 아쉬움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는 홍 회장은 “올해도 정책금융 맏형으로서의 역할은 확실히 할 것”이라면서 “대신 기업들도 공공기관에 기대 경영권을 지키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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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현대 등 재벌그룹에서 고강도 자구노력을 끌어내 ‘경험 부족’ 논란을 잠재운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27일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 시절에 숱한 화제를 낳았던 ‘기행’과 관련해서는 “별 게 다 기삿거리가 되더라”며 웃어넘겼다. 산은금융 제공
동부·현대 등 재벌그룹에서 고강도 자구노력을 끌어내 ‘경험 부족’ 논란을 잠재운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27일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 시절에 숱한 화제를 낳았던 ‘기행’과 관련해서는 “별 게 다 기삿거리가 되더라”며 웃어넘겼다.
산은금융 제공
→개인정보 유출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산업은행을 믿고 거래해도 되나.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우리도 긴급 점검을 해봤다. (정보 관리나 보안 시스템에) 별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이중삼중 빗장을 치도록 했다. 이번 사고도 시스템 자체보다는 사람을 막지 못해 생긴 문제 아닌가.

→2년 만에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돼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 것 같다.

-산은 민영화를 없던 일로 하기로 했으니 불가피한 수순 아니겠나. 산은과 정책금융공사(정금공)가 합쳐지면 산은지주가 소멸 법인이 된다. 그래서 통합법인 출범 뒤 재지정됐으면 했는데…. 이왕 재지정된 이상 투명성을 더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

→정금공과의 통합이 언제 될지 모르지 않는가. 통합산은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데.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국회 논의가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실적으로 당초 목표했던 7월 통합은 어려울 것 같고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때 산은 민영화에 찬성했다가 정책금융 맏형론을 들고나와 자질 시비가 일기도 했다.

-산은 민영화에 찬성했던 것은 대학(중앙대) 교수로 있던 2008년 초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줄 몰랐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대기업들이 휘청댔다. 이럴 때는 정책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분명히 말하지만 산은은 정책금융 맏형 역할을 확실하게 해나갈 것이다. 지난해 테크노뱅킹에 1500억원을 지원했는데 올해 성장사다리펀드에 60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창조경제 지원에도 힘을 쏟을 작정이다. 대신 기업들도 공공기관에 기대 경영권을 지키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났다.

→통합 산은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 않다. WTO가 문제 삼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인가, 둘째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인가, 셋째 해당 기업에 특혜가 되는 것인가다. 민간은행인 국민은행이 나서도 이 세 가지 중 하나에라도 걸리면 WTO 규정 위반이다. 지원 주체가 산은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대우증권은 매각하나.

-정금공과 산은이 합쳐진 뒤 결정할 문제다. 정책금융 역할을 수행하는 데 대우증권이 필요하면 갖고 있어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팔게 되지 않겠나.

→STX, 동양, 동부 등 지난해 자금난을 겪었던 그룹이 모두 산은의 주거래 기업이다.

-인수위 때(홍 회장은 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을 지냈다) 세 그룹 때문에 누군가 고생깨나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내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웃음). 지난해 고생한 덕분에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

→금융경험이 부족해 구조조정에 혼선을 빚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원하는 대로 해 주지 않으니 (기업들이)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겠나. (그런 평판에) 개의치 않는다. 그리고 금융사를 직접 경영하지만 않았을 뿐 삼성증권·한국투자공사(KIC) 사외이사 등을 두루 지냈다. 금융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김한철 산은 수석부행장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수출’하셨다. 농반진반 실세 회장의 영향력이 입증됐다고들 한다.

-실세는 무슨…. 김 내정자는 전적으로 정책금융의 오랜 경륜을 인정받아 발탁된 것으로 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학(서강대) 동문인데 캠퍼스에서 본 적 있나.

-박 대통령이 70학번이고 내가 71학번이니 경호원 대동하고 등교하는 모습을 여러 번 뵈었다. 당시만 해도 미니스커트가 유행이었는데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긴 검정치마에 흰색 블라우스를 단정하게 받쳐 입었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4-01-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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