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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대책… 금융당국 신뢰 추락

오락가락 대책… 금융당국 신뢰 추락

입력 2014-02-05 00:00
업데이트 2014-02-0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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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종사자 고려 않고 초강수… 통상문제까지 확산되자 ‘백기’

금융당국이 3월 말까지 모든 금융사의 텔레마케팅(TM·전화 영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한 지 11일 만인 4일 영업제한 기간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한 것은 텔레마케팅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 등 현실적인 문제를 뒤늦게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시적인 조치이기는 했지만, 외국계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이번 텔레마케팅 제한 조치가 국가 간 통상문제로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인 것도 정책을 바꾼 주요 이유로 볼 수 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텔레마케팅 제한 조치를 축소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를 놓고 ‘오락가락’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꼽히자 당국으로서는 서둘러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정부 대책이 미칠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대책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금지 기간을 되레 연장할 수 있다고 내비쳤던 금융당국으로서는 ‘초강경 대응’이 오히려 자충수가 된 셈이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TM 영업 정지는 당시) 국민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정부의 단호한 조치로 거듭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TM 영업의 한시적 제한 조치는 정보 유출에 따른 국민적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파격적인 카드였지만 발표 직후부터 무리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당장 영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무능력을 감추기 위한 관치 금융이라는 불만도 커졌다.

전화 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텔레마케터(전화상담원)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던 탓이다. 금융회사 소속 텔레마케터는 4만 7000여명으로 추산되지만, 외주·파견 TM과 보험대리점·홈쇼핑에 소속된 TM 조직까지 포함하면 6만여명에 이른다. 대부분 40대 미만의 여성들로 평균 1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비정규직이다. 생계 위기에 직면한 이들은 금융당국의 조치에 집단 반발하며 실력 행사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금융사 측에 이들의 고용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압력을 가했지만, 대량 실직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됐다. 금융사들도 대규모 영업 손실이 예견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이 같은 요구를 무작정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30대의 한 직장인은 “이번 카드 사태로 금융당국의 진짜 속살을 본 것 같다”면서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보니 국민 신뢰마저 잃었다”고 꼬집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2014-02-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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