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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카드사 영업정지…사상 최고 수위

12년만에 카드사 영업정지…사상 최고 수위

입력 2014-02-16 00:00
업데이트 2014-02-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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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백계 차원…당국 책임론도 불거져

금융당국이 14일 1억여건의 고객 정보를 유출한 카드 3사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카드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2002년 카드 대란 이후 12년 만이다. 그러나 이번 처벌 수위는 12년 전보다도 훨씬 강하다.

일각에서는 이미 제재 수위를 공표해놓고 심의와 의결을 거친 금융당국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KB국민카드, 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대형카드사에서 1억건이 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내수동 KB국민카드 본사에 마련된 개인정보 비상상담실 앞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KB국민카드, 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대형카드사에서 1억건이 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내수동 KB국민카드 본사에 마련된 개인정보 비상상담실 앞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처벌 수위 역대 ‘최고’…3개월 신규 영업 금지

지난 2002년 카드사들은 정부가 영업 규제를 철폐하자 무차별적인 생존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무자격자 카드 발급과 길거리 회원 모집 등의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서 카드사들이 철퇴를 맞았다.

삼성카드와 당시 LG카드가 2개월간 신규 카드 발급과 회원 모집을 하지 못했고, 외환카드도 한 달 반 동안 영업이 정지됐다.

삼성·LG카드는 2001년 12월 한 차례 주의적 기관경고를 받고 법규 준수 이행각서를 제출했는데도 또다시 위법 행위를 저질러 가장 높은 징계를 받았다.

이번 카드사에 대한 영업정지는 12년만으로, 제재 수위는 가장 높다.

우선 영업정지 기간이 3개월로 최소 1개월 이상 더 길다.

여기에 신용카드의 신규 회원 모집만 금지한 2002년과 달리 이번에는 신용카드에 더해 체크·기프트카드 신규 회원 모집과 발급도 중단하도록 했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리볼빙도 신규 약정이 안 되고, 카드슈랑스·통신 판매· 여행 알선 등 부수 업무도 신규 판매는 금지된다.

공익 목적이면서 대체 가능성이 없는 카드의 신규 발급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신규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카드회원 등의 정보보호 소홀로 인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고객정보 외부유출 방지의무, 안전성 준수 의무, 내부통제절차 등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카드 3사는 이번 영업정지 3개월로 영업·대출 기회 손실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수백만장의 카드 재발급에는 500억원 이상을 썼다.

◇금융당국 “금융시스템 신뢰 훼손행위 엄벌”

카드 3사에 대한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엄벌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신뢰에 기반해 성장하는 산업인 만큼 이를 저해하는 행위는 자칫 업계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린 것이다.

영업정지 3개월은 신용정보법상의 최고 한도 처벌 수위다. 금융당국은 1억건이 넘는 사상 초유의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전체 금융업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신뢰가 없이는 금융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여러 차례 금융 신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강력한 제재를 통해 금융사에 경각심을 줌으로써 고객 정보 유출과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막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과태료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그런 만큼 이번 제재에 대한 금융당국의 태도는 단호하다. 이번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 “최고한도의 처벌”을 강조했고, 이번 영업정지가 ‘과도한 대응’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최고경영진(CEO)에 대해서도 해임 권고 등의 처벌을 통해 고객 정보보호에 대한 금융사의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관련법 개정을 통해 영업정지 3개월을 6개월로 강화하고, 매출액 대비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사 사고가 재발하면 “문을 닫게 하는 수준”으로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결론 이미 내놓고 형식만…금융당국 책임은.

고객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금융사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 과정을 둘러싸고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금융당국은 검찰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발표한 직후부터 줄곧 “최고한도의 제재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해당 카드사에 나가 조사를 하는 상황에서도 영업정지 3개월은 이미 예상됐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자체 조사 이전에 제재 수위를 이미 결정했다는 점은 징계 절차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사로부터 해명을 받은 것도 결국 제재 절차의 형식만 갖추기 위함이라는 비판의 소지도 있다.

다른 금융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카드사의 정보유출 사건이 불거지기 한 달 전에 검찰은 씨티은행과 SC은행에 대한 13만여건의 정보유출 사건을 발표한 바 있다.

같은 논리라면 검찰 수사 내용을 토대로 이들 은행에 대해 벌써 제재를 취했어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서는 “금감원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한발 뒤로 물러서 있다.

이 때문에 만만한 국내 금융사만 강하게 처벌하고 외국계 금융사에 대해서는 눈치 보기를 한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영업정지 3개월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통해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카드사에만 떠넘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이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책임론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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