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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반올림, 직업병 보상 협상 1년째 제자리

삼성전자-반올림, 직업병 보상 협상 1년째 제자리

입력 2014-02-25 00:00
업데이트 2014-02-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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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례 실무접촉 뒤 첫 본협상 열렸으나 무위삼성 “위임장 받아와라” vs 반올림 “협상주체로 인정하라”

삼성전자와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백혈병 피해자 보상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 돌입한 지 1년이 지났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5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1월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뒤 다섯 차례의 실무협의를 거쳐 작년 12월 처음 본협상을 했으나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소득 없이 끝났다.

협상의 발목을 잡은 것은 피해자 위임장 문제다.

삼성전자는 보상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협상의 법적 효력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보상을 원하는 피해자들이 반올림에 협상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반올림은 삼성전자의 위임장 요구가 근 1년간 진행된 실무협의 파트너를 협상 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협상 성격을 집단 협상이 아닌 피해자 개개인과의 개별 협상으로 규정지으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위임장은 발병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도움을 받기 위한 요건으로, 본협상 이전인 작년 3월부터 요청했고 반올림 측도 분명히 동의한 부분인데 왜 갑자기 제출할 수 없다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올림 관계자는 “실무협의에서 본협상의 의제, 장소, 대상, 협상단 구성까지 어렵게 합의를 봤다”며 “본협상을 시작하면서 사전에 약속한 바 없는 위임장 지참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보상합의에만 그치고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18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본협상에 반올림은 피해자 가족 8명과 활동가 2명이, 삼성전자는 인사팀 4명과 법무지원팀 2명이 교섭위원으로 각각 참가했다.

반올림은 현재까지 제보받은 삼성 직업병 피해자가 180여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70여명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삼성 직업병 문제가 불거진 지 6년 만에 시작된 양측의 협상은 시작 1년 만에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삼성 직업병 문제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의 여성 노동자였던 황유미 씨가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송 등으로 지루하게 이어지던 양측의 공방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의 대화 제의를 반올림이 받아들이면서 협상의 물꼬를 텄다. 이는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반올림을 피해자와 가족을 대변하는 정식 대화 상대로 처음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로도 양측은 1∼2개월마다 본협상의 범위와 형식을 정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1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본협상에서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보상’을 우선적인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반올림은 ‘공개 사과+보상+재발방지 대책’을 동일 선상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다 삼성전자가 반올림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으로 넘어가는 듯했으나, 다시 반올림의 대표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첫 본협상이 무위로 끝난 뒤 양측은 접점을 찾고자 물밑 접촉을 하고 있으나, 다음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직업병 피해자들의 대변자로서 실체를 인정하라는 반올림의 입장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상의 가장 큰 목적은 발병자와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인데 협상 주체 문제로 시간을 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올림 측이 유족과 발병자들에 대한 지원 외에 회사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부분들을 주장하고 있지만 향후 회사는 피해자들을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올림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보상에 앞서 삼성의 책임 있는 사과와 믿을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원하는데, 이를 수용하려는 삼성전자의 자성과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위임장 핑계를 대지 말고 서둘러 교섭에 임하길 바란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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