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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가계부채 대책에 냉담한 반응

금융권, 가계부채 대책에 냉담한 반응

입력 2014-02-27 00:00
업데이트 2014-02-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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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방향성 공감 속 한계론 제기

정부가 27일 내놓은 가계부채 구조개선안에 금융권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기존 대책 가운데 일부를 짜깁기한 ‘재탕’에 시장 원리를 거슬러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정책 목표를 정해놓고 제시된 ‘당근’은 효과가 의문시되는 반면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규제만 강해졌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시장원리 역행 탁상행정…부작용 클 것”

정부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을 현재의 15.9%에서 2017년까지 40%로 높이라는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무리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널리 이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하락 추세다. 반대로 고정금리인 적격대출 금리는 상승세다.

이런 탓에 고객의 눈은 변동금리로 쏠리는데, 금융당국이 시장 원리를 거슬러 과도한 목표를 잡은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은행들은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0.5%포인트 이상 높아 영업점에서 권유하기 쉽지 않다”며 “수요가 없는데 목표만 높여 실적을 내놓으라면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책 모기지 활성화로 금융사가 정부 주도 상품의 금리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지속하면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디까지나 민간 영역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공공 주도로 끌려 다닌다는 것이다.

전액 만기연장한 일시상환대출 등 고위험 가계대출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의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데 대해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만기 연장에 소극적이 돼 하우스푸어(내집 빈곤층)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고 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가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5%포인트 낮추겠다는 목표를 위해 특정 상품의 판매 중단을 강요하는 등 ‘팔 비틀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별로 단순히 부채 총량을 규제하는 처방은 실수요자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은행들은 이런 부작용을 줄이려면 변동성이 낮은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을 고정금리로 인정하거나, 거치기간이 짧은 대출도 비거치식 실적으로 잡아주는 등 규제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2금융권에선 아예 정부 개선안의 ‘약발’ 자체에 물음표를 던졌다. 단기·일시상환 대출을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라는 정부 방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상호금융 조합의 한 여신업무 담당자는 “상호금융 주택담보대출이 40조원가량인데 1천억원의 시범 운영으로 큰 영향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예대율이 60% 초반이고 자금 운용에 애로가 있는 상황에서 일선 조합들이 대출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이미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장기대출 상품이 있는데다 대출 전환 자격도 제한적이어서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방향성은 맞지만 한계 뚜렷해”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개선의 필요성에만 공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밝혀 시장에 신호를 준 것은 의미가 있다”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16년부터 정책금리를 높일 것이라고 밝힌 점을 보면 고정금리 대출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부 사항을 뜯어보면 한계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선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계층이 금리가 낮은 은행권에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가속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김 교수는 “비은행권에 취약계층 대출자가 몰려 있어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대출) 규모만 축소하면 풍선효과 때문에 서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총액 증가율을 낮추고자 금융기관이 대출을 자제하도록 하면 피해는 저소득층에 돌아간다”며 “2금융권과 사금융으로 떠밀린 저신용자의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1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이 시행된 이후 비은행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오히려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활성화하려고 한국은행이 주택금융공사에 추가 출자를 하는 등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한은은 경제 전체를 보면서 보편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는데 주금공 추가 출자 등은 신용정책”이라며 “정부가 한은에 돈을 대라고 하는 것은 ‘한국식 관치금융’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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