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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낮춰서” 대형사고 대처 기업태도 달라졌다

“몸 낮춰서” 대형사고 대처 기업태도 달라졌다

입력 2014-03-03 00:00
업데이트 2014-03-0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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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엎드려 사죄” 회장이 수습 앞장…대림 “요구액보다 더” 초고속 보상 합의

대형 사고에 대처하는 기업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 ‘법대로 하자’며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최근에는 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 사고 수습과 보상을 언급하는 등 몸을 한껏 낮추고 있다. 이른바 지나친 ‘밀당’(밀고 당기기)이 기업 이미지 추락만 부추길 뿐 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모습은 코오롱그룹의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수습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달 17일 오후 9시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받은 이웅열 그룹 회장이 사고 현장을 찾은 건 8시간 후였다. 이튿날 새벽 5시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유족께 엎드려 사죄드린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4일을 더 현장에 머물면서 사고 수습을 이끌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가 엎드려 사죄한다며 직접 인명 피해 사고를 수습한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라면서 “자칫 반(反)코오롱이나 반대기업 정서로 번질 수 있었던 일인데 코오롱이 적절히 대응한 덕분에 원만하게 넘겼다”고 평가했다. 피해 보상 합의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대림산업의 전남 여수 화학공장 폭발 사고 처리도 초고속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3월 14일 사고 발생 후 다음 날 바로 박찬조 대표가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빠르게 사과했다. 보상 합의 역시 사고 발생 나흘 뒤 마무리됐다. 유족의 요구보다 5000만원이 더 많은 1인당 5억 4000만원 정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현대제철의 충남 당진공장 사고는 수습이 어려웠던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5월 10일 근로자 5명이 가스 누출로 사망해 현대제철 관계자가 장례식장을 찾았지만 합동분향소 설치 등을 놓고 유족과 갈등을 빚었다.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세력들로 인해 생각보다 합의가 늦어졌다. 현대제철은 “모든 책임은 현대제철에 있다”며 물러섰지만 유족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사회공헌을 통해 쌓은 기업 이미지도 단 한 건의 사고로 무너질 수 있다”면서 “최근 사례에 비춰 앞으로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전폭적으로 수습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4-03-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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