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아파트 지을 곳 찾습니다”…건설업계 ‘땅 전쟁’

“아파트 지을 곳 찾습니다”…건설업계 ‘땅 전쟁’

입력 2014-03-06 00:00
업데이트 2014-03-06 09: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주택경기 회복세에 앞다퉈 신규 사업부지 물색 나서

A부동산 개발회사(시행사)의 회장은 요즘 아파트 지을 땅을 보러 다니느라 하루가 부족하다.

신규 사업부지를 찾아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통에 휴일이 따로 없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회장님이 사무실에 앉아 있는 직원들만 보면 ‘땅 보러 나가라’며 호통을 치신다”며 “실무자들도 여러 택지를 놓고 사업성 분석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연말 분양한 경북혁신도시 1단계 전용면적 60∼85㎡ 규모의 한 공동주택용지 분양에는 무려 339개사가 분양신청을 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추첨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는 “근래 택지 분양에서 그렇게 높은 경쟁률은 처음 봤다”며 “최근 대구지역 분양시장이 좋긴 해도 수도권 요지도 아닌데 그렇게 많은 업체가 몰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건설업계에 지금 ‘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주택경기 회복세로 새 아파트 분양도 성공을 거두자 신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건설사와 부동산 시행사들이 앞다퉈 사업부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택지 매입에 주로 중·소 건설사들이 관심을 가졌다면 올해 들어서는 대형 건설사도 본격 가세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지여건이 양호한 공공택지는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6일 “최근 몇 년 동안 주택경기가 나빴다 보니 요즘처럼 주택경기가 좋을 때 일감을 확보하고 사업을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업계 전반에 강하게 퍼져 있다”며 “건설사들이 땅을 찾아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 중견건설사 공동주택용지 ‘싹쓸이’…대형 건설사도 합류

호반건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석달간 수도권과 광역시의 공공택지, 혁신도시 등에서 공동주택용지 13개 필지를 사들였다.

작년 11월 수원 호매실, 오산 세교 등 3개 필지를 시작으로 12월에는 불과 한달 동안 광명역세권, 의정부 민락, 아산 탕정 등의 공공택지에서 9개 필지를 한꺼번에 매입했다.

이 회사의 ‘택지 사냥’은 올해도 이어져 지난 1월 대구 테크노폴리스, 고양 원흥 공공택지지구 등에서 2개 필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들 13개 용지에 지을 수 있는 아파트 규모는 약 1만가구. 이 회사는 올해 22개 사업장에서 2만여가구의 아파트를 쏟아낼 태세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주택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전사적으로 택지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올해 주택경기를 긍정적으로 보고 당장 사업이 가능한 땅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미건설은 지난해 9월 이후 강릉 유천지구, 평택 소사벌, 구미국가산업단지 확장단지 등 3개의 공공택지에서 아파트 용지를 매입했다.

이 가운데 강릉 유천지구는 12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것이다.

이들 회사뿐만 아니라 현금 유동성이 양호한 부영, 중흥건설, 이지건설, 모아건설, 이테크건설 등도 택지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작년 8·28부동산 대책 이후 본격적으로 택지 매입을 재개하는 분위기”라며 “공공택지뿐만 아니라 민간택지, 도시개발사업지구 등 다양한 경로로 쓸만한 택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채무의 부담으로 한동안 주택사업을 꺼렸던 대형 건설사들도 슬금슬금 택지 확보 전쟁에 가세하고 있다.

작년까지 주로 해외사업에 의존했던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들이 올해 들어 주택사업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

GS건설은 지난달 하남 미사지구에서 전용면적 85㎡ 초과 공동주택용지 2개 블록을 매입하고 오랜만에 자체사업에 나선다.

대림산업도 공공택지를 매입하기 위해 최근 남양주 진건지구 등의 사업성 분석을 진행중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주택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정비사업 위주로 선별적으로 진행해왔는데 올해부터 공격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사업성이 양호한 공공택지 위주로 토지를 매입하고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주택경기 회복세에 ‘땅 사자’…LH 토지 입찰 경쟁률 최고 339대 1

이처럼 건설사들이 땅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지난해 가을 이후 주택경기가 회복되면서 주택사업이 ‘효자 종목’ 떠오른 까닭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거래가 늘고 집값도 오르면서 신규 분양이 잘 되고, 곧 기업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에서 택지는 원재료와 같다”며 “경기가 좋을 때 서둘러 원재료(땅)를 확보해 제품(아파트)을 생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 부지보다는 당장 사업이 가능한 택지지구에 건설사들이 몰리고 있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대표는 “공공택지는 이미 기반시설이 조성돼 있고 미분양 토지는 당장이라도 아파트 분양이 가능해 자금회수가 빠른 장점이 있다”며 “민간택지는 땅 작업이 어렵고, 사업기간도 길어 공공택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LH가 미분양 택지 판매촉진을 위해 무이자 융자·공급가 조정 등 계약조건을 대폭 완화해준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건설사들이 택지 확보에 나서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동주택용지는 속속 ‘완판’ 행렬에 들어섰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각각 1필지와 2필지가 미분양됐던 고양 삼송지구와 원흥지구의 공동주택용지는 지난달 말 전량 매각했다.

용인 서천지구에 마지막 남아 있던 공동주택용지(5블록)도 수의계약에서 19개사가 경쟁을 벌인 끝에 현대엠코에 낙점됐다.

약 4년간 장기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광명역세권 주상복합용지 3개 필지는 지난해 11월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3개 필지가 모두 소진됐다.

추첨 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필지 당 50∼100대 1은 기본이고 지난해 말 공급한 경북혁신도시 2개 필지는 경쟁률이 나란히 300대 1을 넘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아파트를 지을 만한 우량 민간택지가 많지 않고 개발사업은 장시간이 걸려 위험부담이 크다”며 “당분간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유망 토지를 선점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